[경제초점] 한국 경제에 '양날의 칼' 될 중국의 구조 개혁

입력 2015.11.23 03:00

중국의 급격한 성장 둔화… 거시적 측면에서 한국에 악재
구조개혁해 안정적 성장하면 이웃한 우리에겐 큰 기회이기도
자원·인력 효율적으로 재배분해 변화가 주는 기회 포착해야

권구훈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권구훈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한 투자가가 최근 물었다. "중국 경제가 구조 개혁 와중에 경착륙하면 한국 경제는 어찌 되나요?" "당연히 한국 경제에 타격이 크죠." 또 물어왔다. "그럼 중국 경제가 구조 개혁에 성공해서 연착륙하면 한국 경제는 어찌 되는지?" "당연히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요" 했더니 '글쎄요'라는 표정이었다. 구조 개혁이 성공하면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좋아져서 한국 기업과 한국 경제는 더 힘들 수도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중국 경제가 잘 되든 못 되든 한국 경제는 힘들 것이라는 얘기니 뭔가 모순처럼 들린다. 동전을 던져 앞이 나오면 내가 이기고 뒷면이 나오면 당신이 진다는 식이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그런 비관적 지적도 새겨들을 만한 점이 있다. 무엇보다 한국의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는 주요 국가 중 가장 크다. 한국의 대 중국 수출은 국민총생산 대비 10% 정도로 대만과 홍콩을 제외하면 제일 높다. 그중 중국 내수에서 비롯된 부가가치는 한국 총소득의 5%에 달해 여전히 가장 높다. 미국의 중국 내수 의존도가 미국 소득의 0.6%에 불과하니 한국의 중국 의존도는 거의 10배나 높다. 중국의 급격한 성장 둔화는 그래서 거시적 경기 측면에서 한국에 악재가 된다.

보다 더 중요한 점은 구조적인 것으로,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철강, 조선, 기계, 화학 등 중화학공업은 중국과 많이 겹친다. 게다가 서비스업이나 새로운 산업으로 전환할 필요성도 중국이나 한국이 마찬가지이다. 이 때문에 중국이 구조 개혁에 성공한다면, 구조 개혁이 상대적으로 더딘 한국에 미시적 측면에서 큰 도전이 될 것이다. 중국은 이미 수년 전 조선업의 구조조정을 시작했고 금년에는 철강 부문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중화학공업의 구조조정에서 생기는 잉여 자원과 유휴 인력은 금융을 비롯한 각종 서비스업, 그리고 고부가가치의 신규 벤처사업에서 흡수하려고 한다.

한국이 구조 개혁 대신 부양책을 지속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 와중에 세계 경기가 좋아지면 한국 경제도 회복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2012년 이후의 세계 경제 동향을 보면 막연한 희망사항으로 보인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성장과 국제무역의 연결 고리가 대단히 약화되고 있고 특히 아시아에서 그 괴리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올해 6%대의 성장을 하고 있다지만 중국의 수입은 달러 기준이나 물량 기준에서 모두 감소했다. 대규모 재고 조정 등의 특이 요인이 없었는데도 그랬다. 투자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급격히 중국의 성장축이 옮겨가는 것이 큰 원인인 것으로 보이고, 꾸준히 추진된 수입 대체 정책도 가속화되고 있는 것 같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도 경기 회복으로 수입이 늘어나고는 있으나, 예전같이 견조하게 늘어나지 않는다. 전자와 통신업 등에서의 기술 발전으로 경쟁력의 원천이 역외 생산을 통한 임금 등 경비 절감에서 기술 혁신과 제조업의 서비스업화로 변화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인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국제무역 침체가 상당 부분 구조적이고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점이다.

변화하는 중국 경제는 한국 경제에 도전 요인이긴 하지만 기회도 제공한다. 어쨌거나 세계 2위 규모의 경제가 구조 개혁을 통해 안정적으로 매년 5~6% 성장한다면 바로 이웃한 나라에 큰 기회를 제공하는 것임은 틀림없다. 문제는 한국이 이러한 변화가 주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게끔 자원 및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분하고 각종 제도와 법규를 늦지 않게 바꿀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는 민간기업과 금융계뿐만 아니라 입법·사법·행정·언론 등 국가 전체의 포괄적 경쟁력에 의해 좌우될 사안으로 보이는데, 대다수 해외 투자자의 시각은 일단 유보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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