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六何의 베일 뒤에 숨은 진실은…

조선일보
입력 2015.11.21 03:00

어수웅 Books 팀장
어수웅 Books 팀장
신문 기사의 기본은 육하(六何)로 요약됩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그리고 왜.

객관성과 명료성이 기본이죠. 하지만 길어봤자 200자 원고지 10장 안팎의 짧은 분량에서, 육하를 제외한 눈물과 한숨은 증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출간된 '소설보다 더 재밌는 논픽션 쓰기'(정세라 옮김·유유 출간)는 퓰리처상 심사위원이자 미국 일간지 '오레고니언'에서 25년 동안 편집국장을 역임한 잭 하트(Hart)의 글쓰기 실용서입니다. 그의 호명대로라면 '내러티브 논픽션'을 쓰는 법이죠.

하트에게는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30여 년 전 경찰서 출입 기자 한 명이 자신에게 달려왔답니다. 한 젊은 엄마가 음주 운전자의 차에 치여 죽었다는 사연을 허겁지겁 풀어놓았다죠. 하지만 일간지에서는 단신(短信)을 벗어나기 어려운 사안. 그러나 여인의 운명에는 어떤 얄궂은 사연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잖습니까. 그녀를 죽음으로 내몬 남자는 누구일까. 한낱 술주정뱅이일까 아니면 그 파렴치범에게도 눈물나는 이야기가 자리 잡고 있던 것일까. 하트는 '막내 기자'를 자극해서 육하를 극복한 이야기를 쓰게 합니다.

'내러티브 논픽션'은 육하의 베일 뒤에 감춰진 진실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는 겁니다. 객관성과 명료성만 따르자면 살아있는 인간을 느낄 수 없고, 단순히 시간 순서대로만 나열한다면 두서와 강약 없는 밋밋한 이야기가 되겠죠. 따라서 사실을 쓰되, 기승전결을 갖춘 드라마로 쓰는 거죠. 주제는 무엇이며, 주인공의 욕망은 무엇이고, 그걸 가로막는 장애물은 무엇인지를 정해서.

열풍이라 부를 만큼,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요즘입니다. 타인의 삶을 써야 하는 직업에나,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싶은 사람에게나 도움이 될 수 있겠네요. 하트는 말합니다.

"우리는 논픽션을 읽으며 세상을 이해한다. 같은 시대를 사는 다른 인간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난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보여줌으로써 행복한 인생을 사는 비결을 알려줄 때 우리는 그 힘을 실감한다. 작가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다."

문화부 기자가 자신의 지면에서 꾸는 꿈도, 물론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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