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 수용을 놓고 미국 내 찬반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파리 테러에도 1만명 수용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려고 하자,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은 "한 명도 안 된다"며 맞서고 있다. 19일(현지 시각) 연방하원에서는 '난민 수용 반대법'을 표결 처리할 예정이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외적에 대항하는 미국인 안전법'이라고 이름을 붙인 법안 표결을 통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될 때까지 어떤 난민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난민 관련 예산을 동결하는 내용이 들어 있는 이 법안에 따르면,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부(DHS) 국가정보장(DNI) 등 관련 당국이 미 의회에 안전을 보장해야 난민 수용 재개가 가능하다. 라이언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미안함보다 안전을 우선시해야 할 때"라며 "테러리스트들이 난민을 받아들이려는 우리의 호의를 악용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오바마, "가장 높은 수준의 보안심사 거쳐 난민 수용하겠다"]

연방 상원에서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테드 크루즈(텍사스) 의원이 하원과 별개로 관련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이 이처럼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반(反)난민 여론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18일 공개된 블룸버그 폴리틱스 여론조사(1002명 대상, 11월 16~17일)에서 시리아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여론이 53%였고, 찬성은 28%에 그쳤다. 11%는 난민 중에 기독교인만 받아들이자는 반응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의 움직임에 즉각 반응했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즉각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위터에 "여성과 아이, 고문 생존자 등 극도로 취약한 시리아 난민에게 피란처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 난민 정책의 핵심"이라며 "매몰차게 이들의 면전에서 문을 닫는 것은 미국의 가치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가장 높은 수준의 보안 심사를 거쳐 난민을 수용하겠다"고도 말했다. 백악관도 전날 블로그 등을 통해 난민 수용 계획과 절차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최우선 관심사가 미국인의 안전과 안보"라고 거들었다.

존 브레넌 CIA(중앙정보국) 국장도 "미국은 외국 난민을 수용하는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며 "전 세계에 미국보다 더 '용광로(melting pot·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하나로 융합되는 현상)' 같은 국가는 없다. 미국은 이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버지니아주 남서부의 로어노크시 데이비드 바우어 시장은 진주만 피습 직후 일본계 미국인을 강제수용소에 격리했던 상황을 이번 사태와 비유해 논란을 키웠다. 민주당 소속인 그는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지금 조심하는 게 낫다"면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당시 일본계를 격리시켜야 할 만큼 압박감을 느꼈는데, 지금 미국이 이슬람국가(IS)로부터 받는 위협은 그때보다 더 실제적이고 심각하다"고 말했다. 주정부 차원에서는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뉴햄프셔를 포함해 모두 28개주가 난민 수용 거부를 선언했고, 콜로라도주만 난민 수용 의사를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