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안탈리아에서 16일(현지 시각) 폐막한 G20(주요 20개국) 회의는 여러 가지 뒷얘기를 남겼다.

16일 오전에 있었던 정상회의 2세션에서는 졸음을 못 참는 정상들이 속출했다고 한다. 의장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옆에 앉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표적인 경우로,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시차도 있고 전날 업무 만찬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오바마 대통령이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며 "조는 것을 감추려는 듯 얼굴을 손으로 괴고 뭔가 생각하는 모습의 정상도 꽤 있었다"고 전했다. 전날 업무 만찬은 예정보다 40분 길어져 밤 11시 40분에 끝났다. 주제가 '테러 대응과 난민 문제'여서 정상 23명이 발언하는 등 격렬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그 와중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농담으로 다른 정상들을 웃겼다. 그가 "이번 터키 G20 회의는 내가 참석했던 G20 회의 가운데 최고"라며 말문을 열자 다른 정상들은 '빵' 터졌다. 43세로 참가 정상 가운데 가장 젊은 트뤼도 총리는 집권한 지 한 달이 안 된다. 국제 정상 외교 무대에선 '새내기'다.

朴대통령, G20 회의 마치고 마닐라로 -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필리핀 마닐라 아키노 국제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19일까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뜻하지 않게 정상들을 웃겼다고 한다. 그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국제통화기금) 총재에게 "이번에 돌아가면 꼭 IMF 쿼터 확대를 성사시키겠다"고 약속했는데 이 대목에서 많은 정상이 웃었다는 것이다.

'IMF 쿼터 확대'란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것으로, IMF 재원을 두 배로 확대하면서 브릭스(BRICs) 등 신흥국 지분율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약속을 반복했지만 미 의회의 반대로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한 참석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양치기 소년'이 된 듯한 분위기였다"고 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필리핀 마닐라로 이동했다. 18~19일 '포용적 성장 및 더 나은 세계 만들기'란 주제로 현지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번 APEC은 미·중이 역내 경제 통합의 주도권과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어떻게 '격돌'할지가 관심이다. 미·일 등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12개 참가국은 18일 마닐라에서 따로 정상회담을 갖고 '세(勢)'를 과시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18일 트뤼도 캐나다 총리,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과 각각 양자회담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