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14일 '민중 총궐기' 시위에 대한 경찰 과잉 진압만 문제 삼자 당내에서도 "불법 폭력 행위를 외면하고 공권력 탓만 한다면 국민이 수긍하겠느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부 중진과 비주류 의원들은 "국정 교과서 장외 투쟁 국면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또다시 강경 투쟁으로 간다면 중도층이 외면할 것"이라고 했다. 불법 폭력 시위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은데 시위대 편만 들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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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지도부는 연일 경찰 과잉 진압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17일에도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정부가 살인적인 물대포로 폭력적 진압을 자행했다"고 했다. 문 대표는 정부에 대해 엄정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새정치연합은 국회 국정조사와 강신명 경찰청장 등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야당은 또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경찰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당내에서는 차제에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정부에 적극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있다. 원내 관계자는 "농민들 요구 중 하나가 한·중 FTA 반대인데 우리 당이 정부에 한·중 FTA 재협상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했다. 또 16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열린 비공개회의에서는 "촛불 시위 등을 통해 경찰의 폭력성을 시민들에게 호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경론도 나왔다.
하지만 경찰 진압만 문제 삼아선 곤란하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제기된다. 4선 중진인 김성곤 의원(전남 여수갑)은 본지 통화에서 "경찰의 과도한 시위 진압도 문제지만 우리 시위 문화도 개선돼야 한다"며 "어느 한쪽이 아니라, 서로가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3선의 변재일 의원(충북 청원)은 "과잉 진압이 있다면 비판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시위의 원인이었던 쌀값 폭락 같은 농업 정책에 대안을 제시해 갈등을 줄이는 것이다. 그게 제1야당 역할"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재선 의원은 "시위대가 경찰 버스를 부수고 방화를 시도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지도부가 이 부분은 언급하지 않고 공권력 행사만 문제 삼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경찰 진압 문제에 대한 강경 대처가 오히려 당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비주류 재선 의원은 "불법 시위를 옹호하는 것으로 비치면 중도층을 다 빼앗기게 된다. 여론이 좋지 않다"고 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국회 보이콧과 장외 집회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시위 문제를 이슈화하는 건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강경 투쟁을 하면 상당수 일반 국민 표가 떨어진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무슨 일만 있으면 국회를 버리고 시민단체와 함께 장외 집회를 하는 관성은 고쳐야 한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이런 야당의 태도를 '기회'로 보고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표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을 당시 '폴리스 라인을 힘으로 무너뜨리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는데 지금은 180도 태도를 바꿔 쇠파이프를 휘두른 폭력 집회를 두둔한다"고 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야당이 폭력 시위를 옹호하고 경찰 진압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