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19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조선일보에 '상호 발전을 위해 개방적이고 평등한 협력 관계를 만들자'는 제목의 기고문을 16일 보내왔다. 푸틴 대통령은 APEC 21개 회원국의 대표 언론사 각 1곳에 동시에 투고했다. 다음은 기고문의 전문이다.
2015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18~19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다. 주최국 필리핀에서 제의한 주제는 ‘포괄적인 경제와 더 나은 세계의 건설’이다. 무역은 아·태 지역과 다른 지역에서도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어 왔다. 그러나 각 국가들끼리 관세를 낮추며 누렸던 효과들이 점차 사라져가면서 아·태 국가들은 서비스, 투자, 비관세 장벽, 경쟁 정책, 보조금 등의 여러 문제를 다룰 추가 조약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이런 합의를 이루기 위해 각 국가들 간 복잡한 협상과 상호 타협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지역 국가끼리 경제 통합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오늘날 러시아는 아르메니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키르기스 같은 이웃 국가들과 유라시아경제연합(EAEU·러시아와 구소련권 국가들의 경제 협력체)을 결성해 경제 통합을 이뤄가고 있다.
EAEU는 이미 다른 국가 및 국제기구와도 긴밀한 경제 협력을 하고 있다. EAEU는 지난 5월 베트남과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했으며, 40여개국과 경제 협정을 검토하고 있다.
EAEU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신실크로드) 정책을 연계시키기로 한 합의는 투명한 파트너십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실현은 교통 운송 인프라, 각종 상품과 서비스의 국경 통과에 있어 많은 장애물을 제거해줄 것이다. 두 프로젝트의 연계는 아시아·태평양 경제 통합에 강한 추동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내년에 소치에서 러시아·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에너지와 재생에너지, 비상 대응, 식량 안보, 농업 등의 각 분야에서 호혜적 합의를 희망한다.
새로운 자유무역 지대의 창설은 아·태 지역에서 무역 자유화와 투자의 자유화를 원활하게 해주는 좋은 조건을 마련해준다. 하지만 최근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처럼 비밀스러운 방식으로 이뤄진다면 아·태 지역에서의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도모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전략적 방법은 아·태 지역 국가들이 자유무역 지대를 증설하는 것뿐 아니라 서로의 상호 입장과 관심사를 고려하며 각 회원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유화의 사례를 함께 개발·적용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장벽 및 차별이 없는 시장을 위한 통합의 조정자로서 APEC 역할은 더욱 커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회원국 간 자유무역 지대의 창설을 제안한 지난해 베이징 APEC 회의의 로드맵을 적용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각 회원국들의 개발 잠재력을 인식하기 위해 교역 관계에서 단순히 게임의 룰을 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디지털 기술이 주도하는 신경제와 신흥 시장의 개발과 정착을 위해 회원국들끼리 공동 입장을 만들어내야 한다. 또한 회원국 기업가들이 양질의 일자리와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추가 기회를 창출해주는 금융기구들과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러시아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등 신흥 4개국)개발은행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비롯한 아·태 지역 새로운 금융기구들의 창립 멤버로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 두 곳은 아·태 지역의 발전을 돕고 금융 시스템을 보다 강하고 안정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라 확신한다.
러시아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일관성 있게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는 국제적 호평으로 이어져 세계은행의 기업활동지수 평가에서 지난 4년간 69점을 얻어 순위가 120위에서 51위로 급상승했다.
러시아의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는 극동 지역의 잠재성을 개발하는 것이다. 올해 러시아는 극동 지역에 사회·경제적 선도 개발 기구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세금 등 각종 혜택이 전례 없는 파격적인 수준으로 제공될 것이다.
특구 개발의 일환으로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에 대한 특별법도 만들었다. 블라디보스토크처럼 각종 경제적 혜택을 받는 자유항은 극동 지역에 점차 늘어날 예정이다.
러시아가 추진하는 극동 지역 항만과 북해 항로 개발, 간선 철도의 현대화 작업 등의 프로젝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에 있어 상호 보완적인 성장 요인이 되고, 나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유럽을 잇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것이다.
APEC 회원국들은 아·태 지역에서 공동 교육 공간을 만들자고 하는 러시아의 제안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세계 첨단 기술 연구의 중심으로 위상을 굳히는 데 가장 시급한 사안은 대규모의 연구센터와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이런 부문에서 러시아의 역할은 동반자 국가들의 인정을 받았고, 러시아는 페루와 함께 내년에 리마에서 열리는 APEC 교육장관 회의의 의장국이 됐다.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고도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에너지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기후 온난화 문제를 조절해야 한다. 러시아는 에너지 자원 운송, 통합 에너지 시장, 친환경 재생에너지 자원의 역할을 증대시키고 저탄소 기술의 개발을 중시하는 APEC의 노력을 지지한다.
오는 12월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 기후변화 회의에서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전 세계적인 합의를 시도할 것이다. 러시아 역시 이러한 노력이 성공하길 기원하며, 그간 러시아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소개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APEC는 크고 다양한 과제를 가지고 있다. APEC 당사국들이 파트너로서 협업한다는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국민 복지를 위해 또는 아·태 지역 단일 가족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면 이런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