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활자서 어떻게 20세기 인공 성분이…"

조선일보
입력 2015.11.16 03:00

14일 한국서지학회 학술대회
이재정 연구관, 증도가자 문제 제기

"고려 활자에서 어떻게 1937년에 처음 인공적으로 만든 원소인 테크네튬(Tc)이 나올 수 있습니까?"

14일 오후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서지학회 추계 공동학술대회. 남권희 경북대 교수의 '증도가자(證道歌字) 위작 시비에 대한 반론' 주제 발표가 끝나자, 이재정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연구관은 "남 교수가 책임연구원을 맡아 경북대 산학협력단이 주관, 작성한 '증도가자 기초학술조사연구'(2014년 국립문화재연구소) 보고서를 상세히 읽어 봤더니, 증도가자임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문제점이 많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法(법)'자를 파괴 분석(금속의 일부를 떼내 성분을 분석)한 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보고서에는 '법'자를 파괴 분석했더니 활자의 성분 구성이 '구리 88.5%, 주석 6.66%, 테크네튬 2.62%, 산소 1.74%, 규소 0.49%'로 나타났다고 적혀 있다. 이 연구관은 "테크네튬(Tc·원자번호 43)은 인공적으로 만든 최초의 원소로 1937년 처음 발견됐으며 자연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활자가 위조된 것이든지 아니면 분석 자체가 잘못돼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이다"라며 "활자 성분에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납(Pb)이 나오지 않은 것도 이상하다"고 했다.

도정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는 본지 통화에서 "일단 분석 오류일 가능성이 있다. 만약 진짜로 테크네튬이 2.62%나 포함됐다면 위조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테크네튬이 실제 포함됐다면 활자가 가짜이고, 분석의 오류라면 보고서가 그만큼 엉망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남 교수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는 "'법'자 파괴 분석은 2011년 충북대에서 분석한 것"이라며 "(내가) 금속 전공이 아니라서… 자세히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남 교수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라는 주장이 제기된 '증도가자'의 존재를 처음 발표했던 학자다. 6년째 진위 논란 중인 이 증도가자에 대해 남 교수는 이날 다시 한 번 "증도가자는 진품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관은 또 "보고서는 현재 남아 있는 유일한 고려 시대 활자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복( 복)' 활자를 비교 잣대로 들고 있지만 '복' 활자 역시 명확한 제작 시기, 출토지를 알 수 없어 신뢰도가 떨어진다"며 "남 교수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복' 활자와의 비교를 통해 조사 대상 활자를 증도가자라고 주장한 후, 다시 이를 근거로 '복' 활자도 증도가자라고 주장하는 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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