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 너무해… 거실 구석 칸막이 공간이 월세 85만원

조선일보
입력 2015.11.14 03:00

[지구촌 '미친 집값' 비명]

템스강 위 보트에서 살거나 해외서 비행기로 출퇴근도
홍콩 48㎡ 월세 300만원… 아예 대만으로 이민 가기도
시드니 중국인 탓에 값 폭등, '부동산 침공' 항의 시위까지

런던 시민 소피 던도비치가 사는 곳은 템스 강변에 정박한 보트다. 올해 3월부터 친구와 둘이서 방 두 개를 갖춘 주거용 보트에서 먹고 잔다. 보트 주인에게 월세 700파운드(124만원)를 낸다. 런던 시내 평균 월세(450만원대)의 3분의 1에 못 미치는 액수다. 던도비치는 "미쳤다고 할 수밖에 없는 엄청난 월세를 피해 보트를 집으로 선택했다"고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말했다. 영국의 집값과 월세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던도비치 같은 '보트 피플'은 매년 늘어나 올해 전국적으로 3만3000명에 달한다.

올 들어 세계적으로 주택 가격과 임차료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미국과 EU가 시중에 돈을 푸는 금융 완화 정책을 가동하고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움츠러들었던 부동산 경기가 활황세다. IMF(국제통화기금) 글로벌 주택가격지수(2000년 세계 평균 집값을 100으로 잡고 이후 상승분을 표시)는 올해 1분기에 151.3으로 올라 역대 최고치였던 2008년 1분기(159.9)에 육박했다. 홍콩·스웨덴·호주 등은 최근 3년 사이 20% 이상 집값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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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런던에서 세입자를 구한다는 인터넷 임대 광고에 첨부된 사진. 아파트 거실의 소파 뒤편을 작은 헛간처럼 막아둔 공간에서 사는 대가로 월 480파운드(약 85만원)를 받겠다는 내용이었다. 오른쪽 사진은 런던 템스 강변에 정박한 주거용 수상 보트. 집값과 월세가 오르면서 주거용 보트에 사는 영국의 ‘보트 피플’은 올해 3만3000여 명에 달했다. /가디언 텔레그래프

'미친 집값'에 따른 진풍경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곳은 런던이다. 지난 2일 시내 페컴 지역에서 13년째 폐가(廢家)로 방치된 단층 조립식 건물이 경매에서 16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달 기준으로 런던 주택 가격은 최근 1년 사이 9.6% 올라 평균 50만파운드(약 8억8000만원)에 도달했다. 1년 동안 시간당 8700원, 하루에 21만원씩 올랐다. 두 달 전에는 아파트 거실 한쪽을 헛간처럼 막아둔 공간을 월 85만원에 세 놓겠다는 임대 광고가 나왔다. CNN이 소개한 샘 쿠크니라는 IT 기업 직원은 2013년 런던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이사 간 다음 일주일에 네 번 비행기를 타고 런던으로 출퇴근하고 있다. 런던 월세가 바르셀로나의 3배에 달하고 저가 항공사의 왕복 항공권은 6만원쯤이라 런던에서 살 때보다 월 100만원쯤 싸게 먹힌다는 게 쿠크니의 설명이다.

글로벌주택가격지수 변화 그래프

좁은 땅덩어리를 가진 홍콩에서도 집값이 폭발하고 있다. 시내에 전용면적 48㎡(약 15평)짜리 소형 아파트 월세가 300만원을 웃돈다.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살인적인 홍콩 집값을 못 이겨 대만으로 이민 가는 홍콩인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직 상승하는 집값 때문에 사회적 갈등이 커지기도 한다. 호주가 대표적이다. 수년 전 맺은 분양 계약을 파기하고, 오른 값에 아파트를 팔려는 얌체 부동산업체들이 속출해 물의를 빚고 있다. 시드니의 초호화 주택을 중국인 억만장자들이 사들이면서, 현지 백인들이 시드니 주재 중국총영사관 앞에서 '부동산 침공'에 항의하기도 했다. 시드니 주택의 중간값(통계 집단의 정가운데 위치하는 값)은 지난 7월 사상 처음으로 100만호주달러(약 8억3000만원)를 돌파했다.

미국의 주요 도시 집값도 부유한 IT업체들이 몰려 있는 캘리포니아 해안을 중심으로 급등하고 있다. 2000년 이후 LA가 138%, 샌프란시스코가 116% 올랐고, 뉴욕도 80% 상승률을 보였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중국은 중소도시에 아파트가 과잉 공급되면서 전반적인 활황세는 아니다. 하지만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 부(富)가 넘실대는 대도시는 집값이 오르고 있다. 집값 폭등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일부 대도시의 집값 거품이 붕괴될 경우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우려가 있다"며 "특히 런던·홍콩·시드니가 걱정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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