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잡지 '플레이보이'가 내년 3월부터 여자 누드 사진을 싣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놀라운 소식이다. 62년 동안 전 세계 남성들에게 양호한 Eye Candy(눈의 솜사탕)를 선사해 온 잡지에서 누드가 사라지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하드코어 잡지 '허슬러' 발행인 래리 플린트는 "아니, 휴 헤프너 정신이 나갔네. 어떻게 남성잡지에 여자 누드를 뺀단 말인가. 노망이 들었구먼" 했다. 플레이보이 발행인 휴 헤프너는 현재 89세다.
헤프너가 1953년 메릴린 먼로 누드로 시작한 잡지가 미국과 유럽에서는 타임지 못지않은 커피 테이블 잡지로 자리 잡았다. 콘텐츠도 좋았다. 솔 벨로 같은 작가, '롤리타'를 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아서 C 클라크, 무라카미 하루키, 이언 플레밍처럼 현대인의 취향을 이끌어가는 위대한 작가들도 플레이보이에 기고를 했다.
사진도 리처드 애비든, 허브 리츠, 헬무트 뉴튼 같은 대가들의 작품들로 장식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센터폴드를 펼치면, 따다단! 양호한 언니의 싱싱한 육체미. 그녀는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남자들을 유혹했다. 매달 새롭고 더욱 아름다운 여인들이 눈을 황홀하게 했다. 여신이 따로 있나? 바로 이거다. 어떻게 몸매가 이렇게 완벽한가? 초양호!
하지만 나는 사진 공부를 했기에 여체의 흠집을 리터칭했다는 걸 안다. 네거티브 필름 기술자가 여드름과 주름 같은 흠들을 손본 사진들이다. 하지만 우리 남자들은 알게 뭐야. 양호한 가슴, 에베레스트보다 웅장하고 아름답고 날씬한 허리로 스키 타듯 따라가면, 우리의 고향인 엉덩이에 도착한다. 그리고 살결은 개버딘 같았다. 순수한 완벽!
헤프너가 1953년 잡지를 창간했을 때, 자기 어머니에게서 1000달러(약 100만원)을 빌려 시작했다. 여성단체의 반발이 심했다. "우리 여자가 무슨 섹스 상품이냐" 하면서. 하지만 1960년대 히피 문화의 '평화와 사랑' 혁명이 일어나면서 서양의 섹스 문화는 더욱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포르노가 산업화하면서 플레이보이에서 순진하게 웃고 있는 언니들은 과거분사형이 되었다. 포르노 산업은 하드코어로 더욱 과격해졌고 인터넷 혁명 이후엔 누구나 세 번만 클릭하면 온갖 형태와 취향의 포르노를 볼 수 있게 됐다. 플레이보이가 시작한 섹슈얼 레볼루션이 결국 플레이보이를 죽인 것이다. 개척자는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 플레이보이는 46개국에서 출판되고 있고 발행부수는 100만권가량 된다. 묘하게도 선진국 중에서 우리나라와 중국만 빠져 있다. 여류작가 제니퍼 와이너는 누드 잡지를 반대해왔다. 이유는 이러한 이미지가 성폭력을 유발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열 살짜리 아들이 친구 집에 놀러 가서 인터넷 포르노를 처음 보고 쇼크를 받았다는 것을 알고, 플레이보이의 천진난만한 언니들을 그리워하게 됐다고 뉴욕타임스에 글을 썼다. "Come back Playboy, all is forgiven(플레이보이야, 돌아오라. 모든 것을 용서한다)."
여러분 세상은 항상 변합니다. "Old is new and new is old(오래된 것은 새로운 것이 되고, 새로운 것은 오래된 것이 된다). 마하트마 간디도 말했습니다. "세상이 변하기를 원한다면, 당신이 먼저 변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