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철 전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투자 운용사 선정에 개입해 장녀가 다니는 미국 회사를 선정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감사원 감사 결과다. KIC가 투자 검토 중인 회사가 운영하는 프랑스 파리 호텔에서 향응을 받은 의혹도 나왔다. 1박에 2100만원짜리 로열 스위트룸에 98만원만 내고 묵었다는 것이다. 홍콩 호텔에서도 1469만원짜리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 26만원을 내고 묵었다. 이 호텔도 투자 검토 중인 회사가 운영했다.

안 전 사장은 경제 관료 출신으로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특별직능단장이었다. 당시 트위터에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야당 인사들을 공격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가 2013년 말 KIC 사장에 임명되자 낙하산 논란과 함께 야당이 반발했다. 국회 기재위가 그의 사퇴 문제로 파행을 거듭해 최경환 부총리가 사퇴를 권고했으나 듣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선 자신의 처신에 대해 조심하는 것이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의 태도일 것이다. 안 전 사장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운용사 선정에 관여하지 않았다" "호텔 투숙 건은 호텔 측이 알아서 업그레이드해 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국부 펀드를 관리하는 수장의 처신으로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역대 KIC 사장이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이런 일로 잡음을 일으킨 적은 없었다.

안씨는 "정치권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2년 가까이 버티다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기 직전인 지난 6일 자진 사퇴했다. 감사원의 '해임 건의' 결정을 사전에 알고 미리 사퇴한 듯하다. 이런 '낙하산'이 안씨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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