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독가스 발생 사고에 덮어놓고 "괜찮다"고 한 온천리조트

    입력 : 2015.11.12 14:04

    충남의 한 온천 리조트에서 염소가스로 추정되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업체 측은 가스의 유해성을 확인하지도 않고 방문객에게 “인체에 무해(無害)하다”고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리조트 측은 연기 발생 후 10분이 지나서야 대피 방송을 했고, 담당 지자체 안전관리팀은 사고 발생조차 모르는 등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오후 3시20분쯤 충남 예산군에 있는 A리조트에서 새하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온천 테마파크 구명조끼 대여소에서 시작된 연기는 리조트 건물 창문을 통해 실내로 스며들었다. 물놀이 온 손님 중 일부는 놀라 바깥으로 대피했지만, 그대로 객실에 남아있던 손님도 더러 있었다.

    리조트 측은 연기가 발생한 지 10분이 지난 후에야 “온천물을 소독하기 위해 소독제를 희석하던 중 연기가 발생했다. 인체엔 무해하지만, 우선 바깥으로 대피해달라”고 방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객실에 남은 손님을 모두 대피시키지는 않았다. 이날 방문객 중 1명이 구토증세를 보였고, 7명은 눈과 피부가 따갑다고 호소했다.

    인체엔 해가 없다던 이 연기는 염소성분이 함유된 소독제에서 나온 ‘염소가스’로 추정되고 있다. 염소가스는 많은 양을 한꺼번에 흡입하면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도 있는 유독가스로 분류된다. 다만 가스 흡입량이 많지 않은 경우엔 야외에서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면 곧 회복된다.

    A리조트는 ‘하이크론70’이라는 소독제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유효염소가 70% 이상인 약알칼리성 소독제다. 수영장의 물을 살균하거나 폐기물 악취를 제거하고 물탱크의 물을 소독하는데 주로 쓰인다. 리조트 관계자는 “평소처럼 물에 희석해서 사용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런 일은 처음인데, 전에는 한 번도 이렇게 연기가 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왜 연기가 났는지 알지 못해 소독제 수입업체를 통해 제조사에 사고를 알리고 문제를 파악 중”이라고도 했다.

    가스가 인체에 해로운지 물었다. 리조트 측은 “소독제는 무해하다는 설명이 있지만, 가스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지 못한다”며 “이 부분도 소독제 업체에 문의했다”고 말했다. 염소가스가 위험한지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방문객에게 “무해하다”고 알렸다가 문제점을 지적하자 “확인 중”이라고 말을 바꾼 것이다.

    소독제에서 연기가 발생한 것에 대해 화학업계 관계자는 “대개 수영장이나 목욕탕에서 소독제를 물에 희석해서 사용하는 것은 인체에 해롭지 않다”면서 “소독제가 주변 산성 물질과 만나 화학반응을 일으키면 갑자기 연기가 날 수 있고, 이때 나오는 염소가스는 유독물질”이라고 말했다.

    A리조트는 사고가 발생한 지 10분 뒤에야 안내방송을 한 것에 대해 “현장 직원이 문을 열고 공조기를 켜고 하느라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이 리조트에서는 지난달 22일 민관 합동 소방훈련을 진행했는데, 막상 사고가 터졌을 때 안내방송이나 대피와 관련한 훈련이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사고를 파악하고 점검해야 할 지자체도 손을 놓고 있었다. 충남 예산군청 문화관광과의 한 관계자는 “업체 쪽에서 연기가 났지만, 인체에 무해하다고 했다”며 “우리가 그쪽 전문가도 아니고 특별히 현장에 나가봐야 하는 게 우리 담당인지 명확하지 않아서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예산군청 안전관리팀은 사고발생 사흘이 지난 11일에도 관련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안전관리팀의 한 지도관은 “관광과에서 먼저 사고 소식을 전해준 게 아니어서 몰랐다”며 “문제가 있었던 만큼 현장에 나가 상황이 어떤지 점검할 계획”이라고 했다.

    리조트 측은 사고 발생 후 하루가 지난 9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사과문에는 “조속히 원인을 파악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약속 드린다”고 했다. 리조트 측은 “당시 이용했던 손님 80명에게 전액 환불조치 했고 개인적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손님에게는 병원비를 지급할 것을 약속했다”며 “이번 일로 문제를 호소한 손님은 아직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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