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특하다 말씀해주신 車선생, 눈물나게 고마웠죠"

    입력 : 2015.11.12 03:00 | 수정 : 2015.11.12 13:14

    [제9회 차범석희곡상 당선작 - 장막 희곡­장우재 '햇빛샤워']

    '환도열차' '미국아버지' 등 충격적 기법의 작품 써와
    "어른들에게서 삶 배우고 젊은이로부터 글 배울 것"

    "스물일곱 살 때 쓴 '목포의 눈물'이란 작품이 1998년 호암아트홀에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놀랄 일이 벌어졌어요. 일면식도 없는 차범석 선생님께서 그 연극 프로그램북에 글을 써주셨던 겁니다." 때론 격한 감정을 충격적인 기법으로 털어놓는 그의 연극과는 달리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장우재(44) 극단 이와삼 대표는 차분하고 느릿한 어조로 차범석 선생과의 인연을 회상했다.

    희곡 '햇빛샤워'가 제9회 차범석희곡상 장막희곡 부문에서 당선된 그에게 '그때 차 선생이 뭐라고 써 주셨느냐'고 물어봤다. "젊은 친구가 거대 서사(敍事)에 도전하는 것이 기특하다는 말씀이었어요. 눈물나게 고마웠죠. 문득,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갑자기 엄청나게 큰 판에 뛰어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희곡 ‘햇빛샤워’를 쓴 극작·연출가 장우재는 “치열하게 사는 삶, 절박한 생존과 성공 욕구에 눌려 희생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희곡 ‘햇빛샤워’를 쓴 극작·연출가 장우재는 “치열하게 사는 삶, 절박한 생존과 성공 욕구에 눌려 희생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현재 대진대 대학원 공연영상학과에 재학중인 그는 26년전 대학시절 연극반에 들어갔다가 '진실이 무엇인지 도저히 표현할 수 없다'는 고민 끝에 공연을 코앞에 두고 잠적했다. 선배들이 '잡히면 죽는다'고 이를 갈았다. "그 사건을 계기로 '진실을 혼자서 연극으로 보여주려면 희곡을 쓸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게 됐지요." 1994년 '지상으로부터 20미터'로 데뷔한 그는 2003년 '차력사와 아코디언'의 작·연출을 통해 주목받는 신진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연극계의 궁핍한 현실을 괴로워하다 한동안 영화판으로 '외도'하기도 했지만, 그의 시나리오는 끝내 영화화되지 못했다.

    "이제는 좋은 연극이라도 관객이 들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대학로로 돌아온 장우재의 활약은 눈부셨다. 사람 냄새 풍기는 빈곤층을 묘사한 '여기가 집이다'(2013), 무대에 타임머신을 등장시켜 21세기 한국의 현실을 정면으로 비판한 '환도열차', 참혹한 비극 앞에서도 이성적으로 사회와 윤리를 사유하는 주인공을 그린 '미국아버지'(이상 2014) 등 그의 작·연출작은 잇달아 화제를 모았다. 대학로 연극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큰 스케일과 중층적인 이야기 구조에선 영화로부터 받은 영향도 엿보였다.

    지난 7월 남산 드라마센터 무대에 올랐던 '햇빛샤워'는 가난에서 탈출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20대 여성 '광자'와 순수함을 잃지 않는 청년 '동교'의 모습을 극적으로 대비해서 보여준다. "길거리에서 '지금의 고난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난 성공할거야'라는 듯 뚜벅뚜벅 걸어가는 젊은이들을 봅니다. 그들이 다 광자 아닐까요? 그 발걸음만은 아름답지만, 지금 포기하는 것들이 언젠가 그들의 삶에 고스란히 되돌아올 테지요." 연극은 생존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햇빛'으로 상징되는 순결성과 인간다움을 잃어버리는 과정을 아프게 짚어낸다.

    장우재는 라캉 이론을 빌려 자신의 작품을 설명했다. "사람들은 자기가 상상한 것이 상징계(象徵界)와 일치하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않거든요. 바로 그 불일치에서 '팍' 하고 튀어나오는 것이 실재(實在)이고, 리얼리즘이 되는 겁니다." 내년 초 '환도열차'의 재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장우재는 "이제 어른들에게서 삶을 배우고 젊은이들로부터는 글을 배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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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회 차범석희곡상, 장우재씨 '햇빛샤워' 유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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