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0년 공들인 日 항공기의 첫 飛上, 우리는 왜 머뭇거리나

      입력 : 2015.11.12 03:23

      11일 일본 미쓰비시항공기사(社)가 만든 제트 항공기 'MRJ'가 일본 나고야공항에서 날아올랐다. 상승과 하강, 좌우 선회를 반복하다가 1시간 30분 만에 내려앉았다. 2008년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7년 만에 첫 비행에 성공했다. 활주로 주변에 몰려든 일본인들은 환호했다. 일본 언론은 이 사실을 톱 뉴스로 전했고, 정부 대변인은 "대단히 기쁘다"며 국가적 경사로 받아들였다.

      일본은 항공 분야를 자동차 산업의 뒤를 이을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항공기에 들어가는 부품은 100만~200만개에 달한다. 2만~3만개가 들어가는 자동차와 비교가 되지 않는 규모다. 항공기 기술도 급(級)이 다르다. 성공하면 제조업 전체의 기술 수준이 몇 단계 도약할 수 있다. 게다가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수요 증가로 시장 역시 확대되는 추세다. 앞으로 20년 동안 3만8000대의 항공기가 세계에 팔려나갈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의 항공기 독과점 아성이 흔들리는 것도 요즘이다. 저가 항공사 급증과 근거리 노선 개발로 '작고, 싸고, 기름 덜 먹히는' 항공기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캐나다와 브라질이 이 틈을 파고들어 이미 소형 항공기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MRJ'의 첫 비행에 대한 일본의 열광을 경제적 이유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실패와 좌절에도 100년 동안 포기하지 않은 분투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일본의 항공기 개발은 19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기술을 습득해 1930년대 세계 최강의 전투기를 만들었으나 패전(敗戰)으로 싹이 잘렸다. 미국은 일본이 만든 전투기를 모두 파괴했고 제조 회사를 해체했다. 모든 자료를 몰수하고 항공기 연구까지 금지했다. 금지령이 전면 해제된 것은 1956년이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국산 민간기 계획'을 세우고 흩어진 기술자들을 불러 모았다. 자료는 사라졌지만 그들 두뇌와 손끝에 스며든 기술은 지워지지 않았다. 6년 후 이들은 프로펠러 여객기 'YS-11'을 완성했다.

      일본의 항공기 산업은 그 후에도 많은 곡절을 겪었다. 'YS-11'은 미국·유럽의 제트 항공기에 밀려 9년 만에 생산을 중단했다. 하지만 일본은 미국의 부품 공급사로 참여하는 길을 선택해 착실히 기술을 축적했다. 전투기의 경우 1960년대 이후 중단 없이 개발해 스텔스기(機) 문턱까지 도달했다. 100년 전 비행기 개발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 후 군사·경제적 난관에 굴복했다면 오늘의 결실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정부는 "이 길밖에 없다"며 밀고 갔고, 기업은 투자했고, 기술자들은 혼(魂)을 바쳤고, 언론과 국민은 응원했다.

      항공·우주 산업은 선진 경제로 가는 마지막 관문(關門)이다. 안 가본 길이라고, 누가 기술을 안 가르쳐준다고 주저하면 한국은 영원히 '이류(二流) 국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자동차·반도체 산업도 가보지 못한 벽을 돌파했기 때문에 한국 경제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100년 집념과 끈기로 이룩한 일본 항공기의 화려한 비상(飛上)을 보며 오늘의 우리 제조업을 되돌아보게 된다. 자신감 없는 태도로 눈치나 살피며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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