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朴 대통령, 대놓고 공천개입·선거개입 하겠다는 건가

조선일보
입력 2015.11.11 03:23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국회가 진정 민생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나서주시라"며 "앞으로 국민을 위해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19대 국회가 정쟁(政爭)에 빠져 주요 민생 법안과 안건 처리에 소홀하다고 맹비판하는 가운데 나왔다. 박 대통령은 한·중 FTA 비준안, 노동개혁법, 일자리 관련 법안 등을 사례로 들었다. 박 대통령은 내년 5월 19대 국회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이 안건들이 처리되지 않으면 결국 폐기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볼모로 잡는 것" "통탄스러운 일" "불임(不妊) 국회" 같은 격한 표현도 쏟아냈다.

박 대통령 말은 전후 맥락으로 보자면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까지 듣는 19대 국회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서 분발을 촉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여권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들까지 함께 고려하면 차원이 다른 얘기가 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자신의 뜻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여당의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를 한다며 "선거에서 반드시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했었다. 최근에는 이 정권 들어 장·차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낸 사람들이 대거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지역에서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여권에선 대통령이 퇴임 후까지 염두에 두고 내년 총선을 통해 국회 내에 친위(親衛) 세력을 구축하려 한다는 얘기까지 파다한 상황이다. 대통령이 총선을 불과 5개월 앞둔 예민한 시점에 국민들에게 '선택'을 요구한 것은 대놓고 선거개입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예외 없이 선거 때만 되면 자기 세력을 확대하기 위해 이런저런 수단을 강구하곤 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여당 내부의 분란(紛亂)만 키우곤 했다. 박 대통령이 말한 '진실한 사람들'이 어떤 부류를 말하는지 몰라도 다른 시각에서 보면 대통령 뜻만 충실히 따르는 사람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물론 야당이 2013년부터 시행된 국회선진화법 뒤에 숨어 법안 처리를 미루거나 다른 법안과 연계하는 등의 방법으로 발목을 잡는 상황에서 대통령에게만 평정심을 주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선진화법은 다른 사람도 아닌 박 대통령이 2012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비대위원장 시절 "꼭 처리해야 한다"며 주도해 만든 법이다. 또 19대 국회 들어 처리된 법안 수를 보더라도 이전 국회들과 별 차이가 없다. 박 대통령만큼은 국회만을 탓할 입장이 아니라는 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교과서 반대 농성을 접고 9일부터 국회 일정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에선 문재인 대표가 한·중 FTA 처리 등에 협조하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적어도 정기국회가 이제 막 본궤도에 오른 지금은 대통령이 국회와 야당을 비난하며 자극할 시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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