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알려면 문학과 신문이 최고"

조선일보
  • 심현정 기자
    입력 2015.11.10 03:00

    [박완서·김원일 등 작품 불어 번역 '명예 서울시민증' 받은 르브랭]
    한국생활 35년 국제학교 이사장… 박완서에 감동한 프랑스인 많아

    하비에르 국제학교 엘렌 르브랭 이사장 겸 명예교장이 번역서 두 권을 들어 보였다. 왼쪽이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오른쪽은 김원일의 ‘노을’이다.
    하비에르 국제학교 엘렌 르브랭 이사장 겸 명예교장이 번역서 두 권을 들어 보였다. 왼쪽이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오른쪽은 김원일의 ‘노을’이다. /오종찬 기자
    프랑스 출신의 할머니 선생님이 최근 '명예 서울 시민'이 됐다. 엘렌 르브랭(Lebrun·80) 하비에르 국제학교 이사장 겸 명예교장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말 그에게 '명예 시민증'을 주었다. 고려대·서강대 등에서 라틴어·희랍어 등 고어(古語)나 프랑스 고전문학을 가르치고, 박완서·김원일 등의 소설을 프랑스어로 번역하는 등 한국 문화를 알린 데 대한 감사의 뜻이다. 그는 재작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도 받았다.

    서울 구기동 하비에르 국제학교에서 그를 만났다. 주름 가득한 피부에 하얗게 센 머리, 그리고 마른 체구다. 하지만 자세는 꼿꼿하고 목소리는 카랑카랑해 여든 나이를 믿기 힘들다. 책장과 테이블에는 박완서·김애란·김승희 등 여러 문인의 작품집이 놓였다.

    그는 가톨릭 수녀이다. 파리 근교에서 고등학교를 운영하는 성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도회 소속이다. 한국에는 1980년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 요청으로 왔다. 그리고 35년 지난 지금까지 한국서 산다. 한국 문학을 접한 특별한 계기는 없다. "한국말이 좀 익숙해지면서 단편소설과 시를 많이 읽었어요. 그 사회를 알려면 문학이나 신문을 읽어야 하잖아요."

    처음 번역한 책은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번역명 'La Piquet de ma mere')이다. 출판사 부탁으로 고(故) 강거배 서강대 교수와 번역해 1988년에 책을 냈다. 두 번째로 번역한 박완서 작품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번역명 'Hors les Murs')이다. 이 번역으로 지난해 대산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박완서씨가 돌아가시기 전에 한 모임에서 만난 적 있다"며 "나이는 물론 전쟁의 고통을 경험한 점까지 여러모로 비슷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고 했다.

    "(박완서는) 부정적 언어를 무리하게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을 예리하게 분석해요. 아픈 상처를 드러내지만, 유머를 남기려 노력하죠. 어떤 것이 옳다 혹은 그르다고 말하지 않아요. 감각은 예민하지만 편애하는 법이 없죠." 그는 "프랑스에서도 박완서 글은 인기"라며 "사람들이 감동받았다고 할 때마다 뿌듯하다"고 했다. 그는 서정인·김원일 소설도 번역했고 지금은 은희경의 '소년을 위로해줘'를 옮기는 중이다.

    하비에르 국제학교는 그가 2002년 동료 수도자들과 세운 초·중·고교 과정 학교다. 그는 한국에 남아 학생을 가르치는 이유로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학생들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한참 생각해요. 왜 시간이 걸리느냐. 선생님이 기대하는 정답이 무얼까 눈치 보기 때문이죠. 대학생인데도요. 이러면 생각하는 것 자체를 겁내게 돼요. 시험을 위한 교육이 아닌, 나와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교육 현장이 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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