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 구분 없는 교재로 맞춤 수업… 공부 재미 찾게 하죠"

    입력 : 2015.11.09 03:00

    데구치 고이이치 학연에듀케이셔널 대표 인터뷰

    '칭찬 지도'로 자신감 키우고
    사고력 중시하는 수학교육
    YBM시사 손잡고 韓 진출

    세계 수학·과학계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위상은 확연히 다르다. 일본은 기초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21명,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를 3명이나 배출했다. 우리나라는 둘 모두에서 아직 수상자가 없다. 일본의 이러한 성과는 '수학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며 기초를 탄탄히 다지는'기본교육 덕분에 가능했다. '학연그룹(Gakken Group)'은 창사 이래 69년간 시대 변화를 지켜보며 일본 수학 교육을 이끌어온 대표 교육기업이다. 학연그룹의'학연교실'은 80만 회원과 1만2000개 교실(공부방)을 보유할 만큼 일본 학부모의 신뢰를 얻고 있다. 최근 한국을 찾은 데구치 고이이치(出口鯉一) 학연에듀케이셔널 대표를 만나 그들의 수학 교육 철학을 들었다.

    ◇수준별 교재, '공부 재미' 일깨워

    "저희는 어떤 교재를 만드느냐보다 '이 교재로 어떻게 아이들을 지도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춥니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모든 아이가 공부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교재를 개발하고자 했어요. 그런 교재가 무엇이냐고요? '아이가 스스로 배우며 깨달을 수 있는 교재'이지요."

    학연그룹은 지난 1946년 출판 사업으로 시작해 지금은 ▲출판 ▲공부방·학원 ▲유치원·어린이집·학교 ▲고령자복지·육아 지원 등 5가지 분야 사업을 진행한다. 그룹 전체 매출은 연간 1000억엔(약 9390억원)에 달하며, 교육 사업 분야에서는 일본 2위 그룹이다. 학연그룹의 50개 계열사 가운데 가장 큰 회사가 학원·교육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학연에듀케이셔널이다. 데구치 대표는 "학연교실은 강사가 아니라 아이들이 주인공인 곳"이라며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풀고 성취감을 느끼며 공부하는 기쁨을 알게 하는 것이 학연교실 콘텐츠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공부에 재미를 느끼게 하려면 각자의 능력에 맞는 교재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무학년 방식' 교재를 제작했지요. 학년에 상관없이 수학 단원별로 학생이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지 진단하고, 해당 단계부터 가르치는 것입니다. 자신이 모르는 지점부터 한 단계씩 공부하면서 아이들은 저절로 수학 공부의 즐거움을 알게 되죠."

    교재와 더불어 학연교실 강사의 지도 방법도 중요하다. 데구치 대표는 "강사 연수 시 '아이를 인정하고 칭찬하라'고 강조한다"며 "아이들은 칭찬받을수록 공부를 더 잘하고 싶어한다"고 귀띔했다. "가정에서 지도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학을 잘하게 하고 싶다면, 아이가 열 가지 중 아홉 가지를 잘못해도 잘한 한 가지를 칭찬하세요. 그래야 아이는 스스로 하고 싶다는 마음과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일본은 문부과학성에서 10년에 한 번씩 '지도요령'이라는 교육방침을 발표하고, 이에 맞춰 4년에 한 번씩 교과서를 개편한다. 일본어와 수학을 '기초 학문'으로 가장 중시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디지털,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STEM(Science·Technology· Engineering·Mathematics)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데구치 대표는 "디지털·ICT·STEM 등 새로운 분야 역시 수학에서 확장되는 개념으로 인식해 수학교육을 매우 중시한다"고 전했다. "최근 일본에서도 단순히 계산을 잘하는 것을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수학적 '사고력'과 '활용력'을 중시하며, 수학교육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자 하죠. 학연교실에서도 그에 따라 매년 교재를 갱신하며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려고 노력합니다."

    임명근 기자

    ◇YBM시사와 함께 한국 시장 진출

    학연교실은 중국,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 태국 등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 교육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는 올해 YBM시사와 손잡고 초등생 대상의 '학연교실 딱맞춤수학' 등을 출시하며 수학 학습지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데구치 대표는 "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YBM이라면 안정적인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한·일 양국에서 시너지를 낼 것이라 생각했다"며 "무엇보다 양사 모두 출판사를 모태로 설립돼 교육 콘텐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오랫동안 콘텐츠 개발에 매진했다는 점에서 잘 맞는다고 여겼다"고 밝혔다.

    일본 학연교실 교재는 개념을 세분화한 '스몰 스텝(small-step)' 방식을 쓴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YBM시사는 이 방식을 도입, 우리나라 개정 교육과정에 맞게 개념을 더욱 세분화했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학생들이 기초부터 단계를 밟으며 공부해 문제해결력과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특히 학연교실 콘텐츠 특유의 문장형 문제와 읽기 자료를 재가공해 '생각더하기' 코너로 엮었는데, 이를 통해 사고력과 활용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 더불어 학습 영역도 한국 교과과정에 맞게 ▲수와 연산 ▲확률과 통계 ▲도형 ▲규칙성 ▲측정 등으로 재분배 및 재가공했다. 한국 학생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스토리텔링형 문제를 보강하고, 무비펜 등 최신 스마트러닝 디바이스를 적용해 콘텐츠 질을 더욱 높였다. YBM시사는 '학연교실 딱맞춤수학'과 함께 계산력을 키워주는 '연산딱수학'과 유아용 '아이맞춤수학'도 출시했다. 데구치 대표는 "학연교실은 '아이들이 공부를 즐기게 하는 교육'을 중시한다"며 "한국에서도 이러한 학연교실의 교육철학이 잘 실현되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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