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 표현 분명해도 폭행 없으면 강간 아니다" 판결에 인터넷 시끌

입력 2015.11.08 11:02

여자친구가 ‘싫다’고 했는데도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한 남성에게 법원이 강간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상대방이 성관계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더라도 억압하거나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없었다면 강간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서태환)는 강간상해,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원심과 같은 상해 혐의만 유죄로 인정한다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피해자 B씨는 연인관계였던 A씨에게 두 차례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는 뚜렷한 폭행이나 협박이 없는 상황이었다.

A씨는 B씨에게 계속해 성관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B씨는 A씨와 얼굴도 마주하기 싫어 등을 돌리고 누워있었다. “하지 말라”는 의사도 분명하게 표시했고 그래도 달라붙는 A씨를 밀쳐내기도 했다. 하지만 A씨의 강압적인 태도에 결국 거부를 포기하고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범행에 대해 B씨는 A씨가 폭언과 폭력적 행위를 한 후에 강간을 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내가 네게 쓴 돈이 얼마냐, 미친 X, XX같은 X” 등의 욕설을 퍼붓고 나갔다가 10~20분 뒤 돌아와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B씨는 “A가 욕설을 할 당시 얼굴에 담뱃불을 갖다 대려 했고 주먹으로 벽을 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혼자 남아 울다가 A씨가 다시 폭력을 휘두를 것이 무서워졌다고 했다. B씨는 이후 “내가 잘못한 것 같아서 울었다”고 했고 이후 성관계를 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1·2심 재판부는 모두 A씨의 행위에 대해 “강간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우리 법원은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거나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없으면 강간죄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 기준에 따른 것이다.

이런 판결을 두고 인터넷에선 우리 법이 성범죄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 인터넷 포철사이트 네티즌 H씨는 “반대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한 상대와 성관계를 가진 게 강간이 아니면 대체 뭐가 성폭행이냐”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 J씨는 “이렇게 성범죄에 관대한 판결이 성폭행을 조장하는 것 같다”며 “관련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판결 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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