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상황때 벙커에 모이는 시간… 백악관 5분, 청와대는 20분

입력 2015.11.07 03:00

[靑 건물 재배치]

-국회, 靑에 수용 재요구키로
대통령 호출땐 車타고 이동
비서동에서 본관 가려면 관문 2개·경비초소 거친 뒤 검색대 통과 절차도 마쳐야
"靑 건물들 非실용적 배치, 靑 추진이 쉽지 않으면 국회가 나서 바꿔야"

청와대에서 근무해 본 인사들은 거의 전부가 "참모들이 대통령을 만나려면 10분 넘게 이동해야 하는 현재의 청와대 배치는 문제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청와대에서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本館)과 참모들이 사용하는 위민관(爲民館·비서동) 사이의 거리는 500m다. 이명박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동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총장은 "참모가 자기 사무실에서 대통령 집무실 안에 들어가는 시간을 따지면(걸어서) 20분은 족히 걸린다"고 했다. 촌각을 다투는 안보 위기나 국가 재난에선 심각한 판단 지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시간이다.

실제 지난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벌어졌을 때,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긴급 회의를 소집했지만 실제 회의가 시작된 시간은 소집 후 15~20분이 지난 뒤였다. 당시에 근무했던 여권(與圈) 인사는 "안보실에서 본관까지 보고를 하러 왔던 시간까지 합치면 20분도 넘게 걸렸다"고 했다. 미국 백악관은 같은 건물에 대통령과 참모들 사무실, 위기대응실까지 함께 있기 때문에 5분도 걸리지 않는다. 또 신속하게 드나들 수 있는 구조였다면 작년 세월호 사태 때 불거졌던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논란 같은 일은 벌어지지도 않았을 거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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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기와 건물)과 비서진이 근무하는 위민관이 500m 떨어져 있어 이동에 10분 넘게 걸린다. 집무실 내부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공간을 대부분 비워둬, 참모들이 토론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형태다(왼쪽 사진). 반면 미 백악관은 대통령과 참모들이 같은 건물 내에서 일하며, 집무실도 대통령과 참모들이 둘러앉아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오른쪽 사진). /김지호 기자, 청와대·백악관 제공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김효재 전 새누리당 의원은 "기본적으로 대통령과 참모들 간 거리는 버저를 누르면 2초 내에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야 수시로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으냐"라며 "세상의 어느 나라도 대통령 내지 총리 집무실이 이런 식으로 참모들 사무실과 떨어진 경우는 없다"고 했다.

과거 근무자 "말도 안 되는 구조"

과거 근무자들은 현재의 구조는 "요즘 시대에 말도 안 되는 배치"라고 했다. 이명박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었던 곽승준 고려대 교수는 "대면 보고를 위해 본관까지 가더라도 앞의 대통령 일정이 늦어지면 다른 업무를 보지 못한 채 무작정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한다"며 "같은 건물이라면 자기 사무실로 갔다가 오겠지만, 굳이 본관까지 간 상태에서 다시 왕복 30분 정도를 오가는 데 허비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무현 청와대 행정관이었던 권혁기 새정치연합 전략기획국장은 "비서동에서 본관으로 한번 가려면 관문 2개와 경비 초소를 통과해야 하고 검색대 통과 절차도 거쳐야 한다"며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 내에서 (또 다른) 청와대로 존재하는 것은 일종의 퇴보"라고 했다. 김대중 청와대 경제수석이던 강봉균 전 민주당 의원은 "현 청와대 내 건물들이 실용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구조인데,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청와대 대통령실장이었던 임태희 전 노동장관은 "청와대가 저런 구조로 있는 한 청와대 내의 소통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못하는 숙제가 될 것"이라며 "임기제 대통령이 추진하기 쉽지 않으면 국회가 나서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동관 전 수석은 "전화로 지시를 내릴 수도 있지만, 대면하는 상황이 아니면 대통령의 표정이나 느낌을 (참모들이) 잘 모를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이 바로 권위적 소통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가 추진해 줘야"

전직 청와대 근무자들은 최근 여야(與野) 의원들이 '청와대 재배치 추진 예산을 주겠다'고 밝힌 것을 계기로 "이번 기회에 국회와 청와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현 정부에서 재배치 설계 등 준비를 끝내고 다음 정부가 인수위나 임기 초반에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김영삼 정부 청와대 2부속실장이었던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청와대 건물 재배치는 해야 하고, 지금이라도 대통령은 비서실을 더 자주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노무현 청와대에서 춘추관장을 지낸 서영교 새정치연합 의원은 "현재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에 비서진 방을 더 배치하든지, 아니면 비서동 리모델링을 통해 대통령 집무실을 배치하고 대통령이 참모들과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노무현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이제 누가 집권하든 이 문제를 통치 효율성 및 원활성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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