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 인터넷 개인 방송 사이트인 '아프리카TV'가 음란(淫亂), 도박 논란에 이어 불법 금융 거래의 루트로까지 활용되고 있다는 고발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인터넷 개인방송이란 개인이 인터넷 방송업체 사이트를 통해 자기가 찍은 동영상을 방송하고,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채팅하는 것을 말한다. 2006년 서비스를 시작한 아프리카TV는 회원 수 1200만명을 넘어섰고 하루 접속자는 350만명을 넘는다. 아프리카 TV의 인기 BJ(Broadcasting Jockey·진행자)들은 고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이 선정적 내용이나 장면을 내보내고 불법 도박 등을 홍보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인터넷 개인 방송 사이트 '아프리카TV'는 어떤기업? ]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4일 "인터넷 개인방송으로 금융 강좌를 하는 인기 진행자 A(여)씨가 개인 투자자들을 불법 선물(先物) 계좌 대여업체에 연결해주고 수억원의 수수료를 받았다는 고발이 접수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접수된 고발장에 따르면, A씨는 아프리카TV를 통해 모의 선물 투자 과정을 보여주고 실제 자기가 투자해 수익을 남긴 것처럼 방송을 했다고 한다. 선물 투자는 상품이나 금융자산을 미리 결정된 가격으로 미래 일정 시점에 인도·인수할 것을 약속하는 거래를 말한다. A씨가 실시간 채팅창으로 연락해온 시청자들에게 "몇십만원의 증거금과 수수료만 내면 이용할 수 있는 선물 계좌를 소개해주겠다"며 불법 선물 계좌 대여업체를 연결해줬다는 게 고발의 요지다.
A씨를 고발한 노모(41)씨는 "A씨가 불법 계좌 대여업체에 사람을 소개해주고 1건당 개인 투자 금액의 20% 정도를 수수료로 받아 매달 1억5000만원 이상의 돈을 벌었다"고 주장했다. 노씨는 A씨가 자신에게 보낸 카카오톡 대화내용이라며 '이번 달 (불법 계좌 소개) 수수료가 6000만원 들어왔다' 등의 내용이 담긴 메시지도 경찰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A씨는 본지 통화에서 "불법 계좌대여 업체를 시청자들에게 소개한 적도,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은 적도 없다"며 "경찰에서 무고함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그는 "노씨는 나를 통해 선물 투자를 한 사람도 아니고 단지 개인적인 앙심을 품고 경찰에 고발한 것"이라고 했다.
이 사안과는 별개로 아프리카 TV를 무대로 한 불법 행위 의혹은 이어지고 있다. BJ 이모(26)씨는 인터넷 방송에서 불법도박 사이트 주소를 노출하고 "여기다 1억원을 걸면 내일 바로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식으로 홍보한 혐의로 지난 3월 기소됐다. 이씨의 방송은 110만명이 즐겨 찾을 만큼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온라인 게임 방송으로 매번 5000명 이상의 동시 시청자를 끌어들였던 BJ 조모(26)씨는 도박 사이트를 홍보해주면 이용자들이 도박에 건 돈의 2%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아프리카TV에서 도박 사이트 주소를 노출해 시청자들을 유인한 혐의로 지난해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 개인 방송의 불법도박 홍보와 선정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고 특별단속에 나서기도 하지만, 수천개가 넘는 인터넷 개인 방송 중에서 방통위의 제지 처분을 받은 경우는 수십건에 불과하다. 인터넷 방송 운영업체는 시청자가 인기 BJ에게 현금 아이템을 선물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와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를 주 수입원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성폭행 장면을 흉내 내거나 아동학대성 방송을 한 BJ에 대해 방송 정지 조치를 했다가도 얼마 안 가 '광복절 특사(特赦)' 이벤트 명목을 붙여 방송 정지를 풀어주는 등 불법을 방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