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없으면 만들면 되지" 정주영 마인드가 필요한 때

조선일보
  •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입력 2015.10.31 03:00

[배상근의 경제학 책갈피] 박정웅 '정주영 이봐, 해봤어?'

'정주영 이봐, 해봤어?' 책 사진
"자동차란 게 결국은 양철통 아닌가. 엔진에 양철통 올려놓고 바퀴 달고 핸들 달면 되는 거 아니냔 말이야. …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게 오히려 탈이야, 탈."

"조선이 별거야? 큰 배는 다 철판으로 되어 있어. 설계한 대로 철판을 재단하고 용접해서 선체를 만드는 것하고, 철 구조물 가지고 건물 짓는 것하고 크게 다를 바 없어. 우리는 그런 건물을 많이 지어 봤어."

고(故) 정주영 회장이 생전에 자동차와 조선업에 뛰어들며 한 말이다.

정주영 회장 하면 떠오르는 것이 참 많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서 가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가능한 길이 열린다"며 나섰던 자동차 독자 개발. 만들어본 적도 없는 초대형 선박을 사업 계획서 하나로 수주하고선 조선소가 없어 조선소 독(dock)을 만드는 동시에 독 밖에선 선체를 건조했던 일. 오일머니가 쌓여 있지만 혹독한 자연환경 때문에 아무도 가려 하지 않았던 중동 건설 시장에 진출해 성공했던 일. 모두 다 실패할 것이라던 서울올림픽을 유치했던 일 등등. 수많은 일화를 관통하는 것은 '단순하고 긍정적인 사고로 용기 있게 도전하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사진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정 회장의 성공 배경에는 또 다른 키워드가 있다. 언뜻 보기에 무모해 보이는 '현장에 바탕을 둔 창의적 사고'다. 충남 서산 천수만 방조제 공사가 한 예다. 물막이 공사 막바지에 거센 물살로 둑이 계속 무너져 내렸다. 정 회장은 길이 332m의 대형 폐선을 가라앉혀 제방을 완성했다. UN 사절단의 UN 추모공원 참배에 맞춰 12월 엄동설한에 묘지 언덕에 푸른 잔디를 깐 일화는 또 어떤가. 닷새 만에 처리해달라는,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정 회장은 한겨울에도 푸른 낙동강변 청보리를 이곳에 옮겨 심었고 푸른 잔디(?)로 조성된 묘지에 UN 사절단은 만족해하며 헌화했다.

요즘 우리 경제가 참 어렵다. 기업들도 살아남고자 앞으로 10년, 20년을 책임질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프로스트의 시처럼 아무도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을 가야 할 때다. 지금 우리가 불확실성과 위험으로 가득 찬 길목에 있기에 정 회장의 말과 생각이 마음에 와 닿는다. 경부고속도로가 그랬고, 중동 진출이나 조선소, 자동차 모두 그랬다.

오는 11월 25일은 정 회장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날이다. 그의 가르침이 더욱 절실한 요즘, 이 책 '정주영 이봐, 해봤어?'(프리이코노믹북스, 박정웅)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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