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35년간 고수해온 '한 자녀 정책'을 완전 폐기하고 모든 부부에게 자녀 2명을 낳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13억7000만명의 인구 대국인 중국이 경제활동 인구 감소 및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구 정책에 대전환을 가져온 것이다. 중국의 새 인구 정책은 이르면 올해 안에 시행될 전망이다.

중국 지도부는 29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8기 5중 전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전면적 두 자녀 정책'을 2016~2020년 추진할 국가 발전 로드맵인 '국민경제 및 사회 발전에 관한 13차 5개년 계획'에 포함했다고 중국 관영 CCTV가 보도했다. 인터넷 매체 신랑재경(新浪財經)은 이날 팡정증권을 인용해 "새 정책으로 앞으로 4년 동안 최대 5212만명, 최저 2500만명의 신생아가 태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간치를 잡아도 4년간 3000만~3500만명의 인구가 늘 것이란 의미다. 중국의 부부 1억2000만쌍이 두 자녀 정책의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29일(현지 시각) 중국 베이징에서 한 여성이 어린아이 모습의 두 인형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날 중국 공산당은 35년간 고수해 왔던 ‘한 자녀 정책’을 폐기하고, 모든 부부에게 두 자녀를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두 자녀 정책의 전면 도입을 결정한 것은 심각한 저출산에 따른 노동 인구 감소와 이로 인한 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서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0년(10.4%)을 끝으로 두 자릿수 성장시대를 마감한 뒤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투자은행 UBS증권은 중국 경제가 '루이스 전환점'을 통과해 저성장 시대에 본격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루이스 전환점이란 개발도상국에서 농촌 잉여 노동력이 고갈되면서 임금이 급등하고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아서 루이스가 제기한 개념이다.

그동안 중국은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 덕분에 고속 성장을 이뤘지만, 중국의 노동 가능 인구(16~59세)는 2011년을 정점으로 이후 3년 연속 감소했다. 중국 성장을 뒷받침해 온 '인구 보너스'가 사라지는 것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중국의 합계 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43명이다. 국제적인 저출산 기준(1.3명)에 근접한 수치다. 시진핑 지도부로서는 성장세가 꺾인 중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도 인구 정책의 전환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2013년 부부가 모두 독자(獨子)인 경우에 한해 두 자녀까지 낳게 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그러나 혜택받은 부부 1100만쌍에서 태어난 둘째 아이는 150여만명에 불과했다.

중국의 급속한 노령화도 두 자녀 정책을 부채질했다는 평가다. 장쑤성 루둥(如東)현은 1986년 국무원(행정부)이 선정한 '한 자녀 정책 모범 마을'로 뽑혔다. 이 마을은 주민이 둘째를 임신하면 낙태를 유도했고, 둘째를 낳으면 당시 연 수입의 10배에 해당하는 6000위안(약 100만원)의 벌금을 물렸다. 덕분에 루둥현은 인구 증가를 크게 억제하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루둥현의 현재 인구 104만명 중 30만명이 60세 이상이다. 65세 이상인 비율은 20%에 육박한다. 중국 평균(9.7%)의 배 이상이다. 한 자녀 정책에 앞장섰다가 '인구의 역습'을 받아 중국에서 가장 늙은 마을로 전락한 것이다. 유엔에 따르면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2010년 1억6800만명에서 2030년 3억4500만명으로 늘어난다.

한 자녀 정책을 고수하면서 남녀 성비(性比)가 무너지는 바람에 2020년이면 결혼 적령기의 남성 3000만명이 짝을 찾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중국이 '전면적 두 자녀' 정책을 실시해도 인구가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중국 신세대는 이미 양육비·교육비 부담 때문에 한 자녀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자녀 정책

중국 공산당이 한 가구에 한 자녀만 갖도록 한 산아제한 정책. 1980년부터 시행했다. 이 정책으로 지난 35년간 4억 명 이상의 인구 증가를 억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행 초기에는 소수민족에게만 둘째 아이를 갖도록 예외를 뒀다가, 1982년 농촌 가정에서 첫아이가 여아인 경우에 한해 둘째 아이를 낳을 수 있게 했다. 2013년부터는 부부 양쪽이 모두 독자인 경우 둘째를 낳을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