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原電 시장 주름잡는데… 기술 전수해준 한국은 제자리

    입력 : 2015.10.28 23:24

    [中 2030년엔 美 제치고 세계 1위 原電 대국]

    中 정부 지원·자금력 바탕 원전 수출 잇따라 '대박'
    선진국인 英에도 진출

    한국은 반대 여론 등 거세 입지 선정에만 몇년씩 허비
    6년째 원전 수출 실적 '0'

    고속철에 이어 원전(原電) 분야에서 중국의 세계 시장 질주(疾走)가 시작되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원전 설계·관리 기술을 전수받던 중국이 선진국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국내 시장과 정부의 전방위 지원, 막대한 자금력 등으로 무장한 중국 국영원전 기업들의 세계 시장 장악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한국형(型) 원전(APR1400) 4기를 수출한 한국은 6년째 추가 수주가 '0건'이다. 이러다간 중국에 밀려 국제무대에서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한국 원전 산업이 수출 비즈니스로 도약하느냐, 국내 업종에 머무느냐는 중대 기로(岐路)에 서 있다"고 말했다.

    原電을 수출산업으로 집중 육성

    1990년대부터 자체 원전을 연구해온 중국은 2000년대만 해도 프랑스·캐나다·미국·러시아 등에서 원전을 도입했다. 안전성이나 경제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2년 미국·프랑스 원전 설계 개념을 바탕으로 자체 연구한 ACP1000 원전 개발에 성공하면서 '독자(獨自) 원전'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나온 '화룽(華龍) 1호'는 안전성을 대폭 강화해 한국형 원전보다 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가동 원전 수. 중국의 원전 수출. 세계 원전 발전 용량 추이. 전 세계 원전 신규 건설 투자액 전망.
    2013년 파키스탄에 ACP1000원전 2기 수출을 시작으로 쩌우추취(走出去·해외 진출)도 본궤도에 올랐다. 중국 정부는 당시 건설비 95억달러의 82%(78억달러)를 장기 저리로 융자해주는 파격 혜택을 제공했다. 지난해에는 아르헨티나와 루마니아에 중수로 원전 3기를 수출했고 이집트, 남아공, 터키에도 원전 수출을 추진 중이다.

    이달 하순 시진핑 주석의 영국 방문 때에는 '대박'을 터뜨렸다. 국영 원전기업인 중국광핵그룹(CGN)이 120억파운드(약 20조8000억원)를 투자해 영국 에식스주 브래드웰에 자체 개발 원전 '화룽 1호'를 짓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희용 한국전력 원전수출본부장은 "이곳은 중국이 자신의 원전기술을 세계무대에 펼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국내 원전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청정에너지인 원전이 적합(適合)하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은 내년부터 시작되는 13차 경제개발 5개년 기간에 매년 6~8기(基)의 원전을 새로 지을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 내 원전은 현재 26기에서 2020년에는 57기가 된다. 2030년까지 총 110기의 원전을 가동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원전 대국으로 부상(浮上)한다는 목표다.

    韓, 6년째 해외 원전 수주 '0건'

    주목되는 것은 중국 지도부가 원전을 차세대 수출산업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점이다. 시 주석은 이번 영국 방문 당시 중국 독자 개발 원전의 첫 선진국 진출을 위해 400억파운드(약 7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무역·투자 협정을 영국에 선물(膳物)로 줬다. 올 9월 시 주석의 방미 때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세운 '테라파워'와 CNNC 간에 '미래형 원전 개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우리나라는 2009년 UAE 원전 수출 이후 신규 수주가 없다. 올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스마트 원전 수출' MOU를 체결했으나 사우디의 재정 악화 등으로 인해 언제 계약이 이뤄질지 기약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 스마트 원전의 안전성을 검증할 시범 발전소조차 짓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내의 반(反)원전 여론도 국제 수주 경쟁에서 불리한 요인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 총력전을 펼쳐도 중국에 밀릴 판인데, 국내 원전 반대 세력이 워낙 강고해 입지 선정에만 몇 년씩 허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전 산업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국 등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임만성 카이스트(KAIST) 교수(원자력·양자공학과)는 "핵연료 공급이나 사용후핵연료 관리 등 원전 건설국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수 있어야 수출 경쟁력이 생긴다"며 "한국 독자적으로 못하는 부분인 만큼 미국·일본·러시아 등과 협력 체제 구축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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