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만나면… 멀리 보고 안보에 초점 맞춰야"

입력 2015.10.28 03:00

[외교 전문가들 '韓日정상회담'에 조언]

"과거사, 한 번에 해결 안돼 日에 큰 기대하기 어려워"
"韓·美·日 3각 안보체제 美가 적극 추진하는데 韓·日관계에 소극적이란 인상 풍기는 것은 막아야"

서울과 도쿄의 외교가는 27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발언을 놓고 종일 술렁였다. 한국과 일본의 대다수 언론이 이날 "11월 2일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일본 측에 제의해 놓은 상태"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26일)을 비중 있게 다룬 상황에서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장관이 "그런 보도를 한 것을 나는 모른다"고 말한 것이다. 청와대의 제안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정상회담 앞두고 샅바싸움 치열

이날 상황을 놓고 일각에선 "이러다 정상회담 개최가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3년 반 만의 정상회담 개최를 앞둔 한·일이 주도권 확보를 위해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양측 모두 너무 재는 것 같다"고 했다.

정상회담 관련 한·일 정상의 주요 언급
사실 전날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부터가 그다지 '외교적'이지 못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정상회담은 양국이 조율을 마친 뒤 동시 발표하는 게 관례"라며 "어제 청와대의 행동은 언론을 통해 일본을 압박하는 것으로 비쳤다"고 했다. 이날 스가 장관의 반응이 '정상회담 판 깨기'라기보다는 청와대의 '비외교적 처사'에 대해 불만 표시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회담 성공을 위한 진통"이라고 했다.

특히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박근혜 정부에서 한·일 관계를 개선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본다. 권철현 전 주일대사는 "내년 총선과 후년 대선 등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여론 부담이 큰 한·일 정상회담을 열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도 "3년 반 만에 열리는 이번 회담에서도 전향적 계기가 마련되지 못하면 '정상회담 불필요론'이 확산되고, 이 상태가 (아베 총리 임기가 끝나는) 2018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한·일'이라 쓰고 '한·미'라 읽는다

전문가들은 "한·일 관계가 단순히 양국 차원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직 외교관 A씨는 "재균형 정책을 앞세워 아·태 전략을 새로 짜는 미국 입장에선 한·미·일 3각 안보체제가 가장 중요한데, 이게 한·일 관계 악화로 기능 부전(不全) 상태"라며 "한국이 한·일 관계 개선에 소극적이란 인상을 풍겨선 곤란하다"고 했다. 김성한 교수는 "한·일 관계 정상화는 곧 한·미·일 관계의 정상화"라고 했다.

외교부 핵심 관계자는 "일본의 '이간 외교'에 놀아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일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본은 박근혜 정부가 중국 중시 정책을 펴자 '한·중 밀착론' '중국 경사(傾斜)론'을 워싱턴 조야(朝野)에 집중 유포하며 한·미 사이를 이간한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일 양자 회담을 열면 미·일에 널리 퍼진 중국 경사론을 불식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위안부 문제가 관건

한·일 관계 정상화의 최대 장애물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다. 정부는 한동안 "정상회담이 열리려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성의 있는 태도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금은 위안부 문제를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삼지는 않는다"면서도 "이번 정상회담이 서울에서 열리는 만큼 일본 측의 성의 표시를 기대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한·일이 ▲일본 총리의 직접 사과 ▲주한 일본 대사의 사죄 편지 전달 ▲일본 정부 예산을 통한 피해자 배상 등이 포함된 이른바 '사사에안(案)'을 참고해 절충점을 찾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일본이 이번에 '획기적인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다.

진창수 소장은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정치적 결단을 내려주면 좋겠지만, 우리도 나름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국민대 이원덕 교수는 "과거사 문제는 한 번 만나서 해결하기 어렵다"며 "과거사 문제에서 우리가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해서 이번 회담을 실패로 규정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김성한 교수는 "역사 문제보다는 안보 문제에 초점을 맞춰 분위기를 좋게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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