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소속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들이 25일 '교육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비밀 TF(태스크 포스)를 운영 중'이라는 제보를 받고, TF 사무실로 추정되는 현장을 이날 밤 급습해 경찰과 대치했다. 교육부는 "TF를 운영한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정치연합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위' 도종환 위원장과 김태년·유기홍·유은혜 의원, 정의당 정진후 의원 등은 이날 밤 서울시 종로구 국립국제교육원에 갔다. 당 관계자는 "교육부 관계자 21명이 참여하고 있는 TF의 역할 분담표를 제보받았다"며 "청와대 보고와 언론 관리 등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으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건물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에 막혀 건물 안으로 진입하지는 못하고 경찰과 대치했다. 야당 의원들과 보좌관 등 20여명이 현장에 1차로 도착했고, 경찰도 야당 의원 등이 왔다는 신고를 받고 추가로 출동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후 8시 40분쯤 신고가 들어와서 건물 진입을 통제했다"고 말했다. 어디로부터 온 신고였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현장에선 관할 지역 경찰 서장과 경찰 1개 중대 병력이 건물 입구를 막았다. 야당이 TF 활동 공간으로 추정하는 사무실 안에는 4~5명이 그 시간에도 머물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김태년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긴급 메시지를 통해 "국정교과서 비밀작업팀 실체가 드러났다"며 "교문위 소속 의원들이 현장에 왔으나 문을 걸어 잠그고 열어주질 않았다. 현재 사무실 안에는 교육부 실장급 등 다수가 있는 듯하다"고 했다.
야당 측이 이날 제보를 받고 공개한 'TF 구성·운영 계획안'에 따르면, TF는 단장 1명과 기획팀 10명, 상황관리팀 5명, 홍보팀 5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TF는 추진 경과를 매일 청와대에 보고했던 것으로 보인다. 상황관리팀 소관 업무에는 'BH(청와대) 일일 점검 회의 지원'이라고 돼 있다. 도 의원은 "제보에 따르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포함한 몇몇 청와대 수석들이 회의에 참석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상황관리팀은 '교원·학부모·시민단체 동향 파악 및 협력' 업무 등도 수행했다. 홍보팀은 '온라인 뉴스(뉴스·블로그·SNS) 동향 파악 및 쟁점 발굴', '기획기사 언론 섭외, 기고, 칼럼자 섭외, 패널 발굴' 등의 업무를 맡는 것으로 돼 있다. 야당 측은 "이 TF는 지난 9월 말 구성됐다"며 "지난 10월 8일 교과부 국정감사에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국정화 추진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결국 이는 위증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관련 업무를 준비하기 위해 TF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교육부가 당연히 해야 할 소관 업무를 한 것이고 청와대에도 일상적인 업무보고만 있었던 것으로 안다.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했다.
교육부도 야당 의원들이 밤에 들이닥친 것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교육부는 이날 밤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 결정을 앞두고 국회 자료 요구 등 관련 업무가 폭주했기 때문에 기존 조직에 인력을 보강했고, 이달 5일부터 한시적으로 국립국제교육원에서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공식 해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주무 부처로서 관련 업무를 하고 있고, 담당 과 직원들이 해당 업무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그걸 '비선(秘線) 조직'이라고 하는데, 주요 정책 이슈가 터지면 어느 정부 부처에서건 인력 보강을 해 함께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 등에 국정화 관련 주요 이슈에 대해 보고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란 반응이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지난 대선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때 야당이 국정원 여직원이 있는 건물을 급습해 사건을 의도적으로 키워 본질을 호도했던 일을 연상케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