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여우'를 둘러싸고 힘겨루기 중이라고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여우'란 부패를 저지르고 해외로 달아난 중국 고위 관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중국 공안성은 작년 7월부터 '여우사냥'이라는 작전명으로 해외 69개국으로 도피한 부패 사범 680여명을 추적·검거했다. 지금 중국이 가장 공들여 쫓고 있는 사람은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로 도피한 링완청(令完成·57·사진)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지난달 미국을 방문했을 때 링을 염두에 두고 "부패 분자를 해외 '도피 천국'에 오래 머물게 할 수 없다"면서 "미국의 지지와 협조를 바란다"고 연설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전날, 비공식 만찬을 하면서도 링의 신병을 넘겨달라고 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중국 정보요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링이 숨어있다고 알려진 동네에서 탐문 활동을 벌인다는 얘기도 돌았다.

신화통신 기자 출신인 링완청은 사업가로 변신해 12억위안(약 230억엔)을 모았다. 형 링지화(令計劃·59)가 권력 핵심이었다. 링지화는 후진타오 전 주석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시 주석에게 반기를 들었던 '신 4인방'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집권 후 부패를 척결한다는 명분 아래 '신 4인방'을 차례로 무너뜨렸다. 링씨 형제도 몰락했다. 지난해 중국 공안이 서화·골동품 등 형이 받은 뇌물을 압수했다. 형은 지난 7월 당적과 공직을 모두 박탈당했다. 동생은 미국으로 도망갔다. 문제는 링완청이 중국 최고 지도부 기밀이 담긴 메모리카드를 들고 미국으로 달아난 것이다. 형이 권력 핵심에 있는 동안 수집해 동생에게 맡긴 정보다. "2000개 이상의 파일"이라고 미국 정보 당국자가 아사히 기자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