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도박에 '虎口 잡힌' 한국… 국방비 절반규모 날린다

조선일보
입력 2015.10.24 03:00

[중국에 서버 둔 불법사이트 운영자·모집책 인터뷰]

"한국인 도박 귀신 1만명, 매일 우리 사이트 접속… 하루에만 3억~9억 번다"
도박시장 한해 최대 26兆

불법 인터넷 도박 규모 그래프
"중국에선 도박 중독자들을 '두구이(賭鬼·도박 귀신이 씌었다는 뜻)'라고 부릅니다. 내가 운영하는 사이트에 들어와 노름을 하는 한국 두구이들이 1만명쯤 됩니다. 제가 얼마나 버는지 궁금하시죠?"

22일 인천경찰청이 적발한 불법 인터넷 도박 업자 집 곳곳에서 4억원이 넘는 5만원권 돈뭉치들이 쏟아져 나왔다.〈본지 23일자 A10면〉 이를 계기로 본지는 중국 옌볜(延邊)에 서버를 둔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주 김모(38)씨를 인터뷰했다. 김씨는 "나는 도박 사이트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호구(虎口)'라고 부른다"며 "손쉽게 큰돈을 벌게 해주는 만만한 먹잇감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김씨는 서울의 불법 슬롯머신 도박장에서 일하다 2013년 중국에 건너가 도박 사이트를 열었다고 했다. 그는 현재 바카라, 스포츠토토, 사다리(홀짝 맞히기) 게임 등 3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현지 사무실에 서버 관리를 맡는 직원 10명을 두고, 한국엔 도박 고객 모집책인 '총판' 20여명이 있다고 했다.

김씨는 "사이트별로 하루 1000~3000명의 한국인이 접속한다"며 "하루 돌아가는 판돈이 10억~30억원 정도로 보면 된다"고 했다. 그는 "전체 판돈의 70% 정도는 도박 고객이 배당금으로 가져가고 30%가 우리 조직에 떨어지는 수입"이라고 했다. 계산해보면 하루 적어도 3억원, 많으면 9억원씩 번다는 얘기다. 김씨는 중국에서 30억원 하는 저택에 살면서 3억원짜리 벤틀리를 몬다.

한국인 '호구'들은 판돈이 제한되는 스포츠토토나 사다리 도박보다는 카드게임 일종인 바카라를 선호한다고 한다. 베팅액에 제한이 없어 '한탕'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돈을 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총리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가 2012년 고려대에 의뢰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불법 도박시장 규모는 적게는 9조원에서 많게는 26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 국방예산의 70%에 달하는 규모다. 도박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78조원(2009년 기준)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올해 교육예산(53조원)의 1.5배 가까운 돈이다. 대한민국이 불법 도박의 구렁텅이에 빠져 신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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