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 들어오시게, 얘기나 나눕시다"

조선일보
  • 김미리 기자
    입력 2015.10.22 03:00

    -평창문화포럼 '자문밖 문화축제'
    김병기 화백·조각가 김종구 등 예술가 작업실 15곳 일반에 공개

    "49세에 한국 떠나 49년을 미국에서 살았어요. '한국 사람'으로 죽고 싶어 이제야 돌아왔습니다, 허허."

    아흔아홉의 김병기 화백이 서울 평창동 작업실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진담 반 농담 반 말했다. 까맣게 물감 밴 손엔 붓이 단단히 쥐어져 있다. 김 화백은 우리나라 1세대 미술평론가이자 한국 추상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화가. 이중섭의 '절친'이었고, 평양 출신으로 해방 전후 남북한에서 활동했던 우리 화단의 살아 있는 역사다. 그가 오랜 미국 생활을 접고 지난 4월 서울 평창동에 작업실 겸 집을 얻어 한국에 정착했다. 100세를 코앞에 두고도 여전히 붓질을 멈추지 않는 김 화백이 24일 작업실을 일반인에게 개방한다.

    49년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최근 서울 평창동에 작업실을 낸 김병기 화백.
    49년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최근 서울 평창동에 작업실을 낸 김병기 화백. /김미리 기자
    "좀체 외부 사람한테 작업하는 걸 안 보여줍니다. 발가벗은 모습 보여주는 거 같아서지요. 그런데 큰마음 먹었습니다. 이제 살 날이 며칠이나 남았겠습니까. 한국 짊어지고 있는 젊은 사람들하고 얘기 좀 나누렵니다."

    김 화백이 한 세기 꼭꼭 눌러 담은 자신의 그림과 작업실을 공개하게 된 건 23~25일 서울 평창동, 구기동, 부암동 일대에서 열리는 '2015 자문밖 문화축제'가 계기가 됐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장, 이종상 서울대 명예교수 등 평창동 일대에 사는 문화·예술인들이 20여년 전 결성한 모임인 '평창문화포럼'(이사장 이순종)에서 3년째 여는 행사다. 자문밖은 이 지역을 가리키는 옛말이다.

    평소 문을 굳게 닫고 있던 이 지역 예술가들의 작업실 15곳이 일반에게 개방되는 '오픈 스튜디오', 지역 미술관과 함께하는 '오픈 갤러리' 등의 행사가 열린다. 오픈 스튜디오에는 김병기 화백을 비롯해 화가 박항률, 조각가 김종구, 목수 한재구, 멀티미디어 작가 이상현 등이 참여한다. 해금 연주가 조운조, 화가 조해리 부녀(父女)가 20년째 사는 집에서 음악과 그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서울예고 교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지휘자 금난새의 음악회가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야외 공연장에서 열리고, 이어령 전 장관과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의 문화 특강도 열린다.

    자문밖문화충전소, 가나아트센터, 서울옥션, 김종영미술관, 서울미술관, 토탈미술관, 김환기미술관, 아트유저갤러리, 화정미술관, 영인문학관, 윤동주 문학관 등 이 지역 문화 시설에서는 주민참여전시회 도자전, 시낭송회 등도 열린다. 문의 (02)6365-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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