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한국 소비자 차별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 17일 현대차가 미국에서 소나타와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 2만7700대를 리콜한다고 밝혔는데, 한국 소비자는 리콜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차 측은 미국 판매차를 리콜하는 것은 염화칼슘이 자동차 앞바퀴 완충기의 코일 스프링을 부식시킬 경우 타이어 펑크로 이어질 수도 있어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한국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미국에서 리콜되는 쏘나타와 엘란트라는 각각2009년 12월~2010년 2월, 2010년 11월~2011년 3월 사이에 판매된 제품이다. 쏘나타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됐고 엘란트라는 국내에서 생산돼 수출된 모델로 알려졌다.

다만 리콜대상 지역은 미국에서도 이른바 ‘소금벨트’ 지역으로 한정된다. 소금벨트는 미국 부식학회가 분류한 ‘부식가혹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눈이 특히 많이 오는 지역인데, 제설을 위해 뿌린 염화칼슘이 많아 자동차가 부식될 위험이 큰 지역이라는 뜻이다.

코네티컷, 델라웨어, 일리노이, 인디애나, 아이오와, 메인, 메릴랜드, 매사추세츠, 미시간, 미네소타, 미주리, 뉴햄프셔, 뉴저지, 뉴욕,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로드 아일랜드, 버몬트, 웨스트버지니아, 버지니아, 위스콘신 주(州)와 워싱턴D.C. 등이 부식가혹지역에 포함된다. 현대차 측은 “나라나 지역별로 자동차 부식 수준이 달라 대응도 달라질 수 있다”며 “이번에 리콜하는 지역도 부식 위험의 우려가 있는 북미쪽에 한정됐다”고 했다.

문제는 현대차가 한국도 사실상 ‘부식가혹지역’으로 분류했으면서도 이번 리콜 대상에서는 제외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 4월 자사의 공식블로그를 통해 ‘[현대차가 말한다] 현대자동차 내수용 & 수출용 강판 차별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글을 올렸다. 여기서 “현대자동차의 내수용 모델들은 2007년부터 출시된 차량에 대해서는 북미와 동일한 부식가혹지역으로 구분하여 방청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잦은 폭설이 이어지면서 제설에 사용하는 염화칼슘 사용량이 늘어났고 내수용 차량이 부식에 노출될 확률도 높아졌다”며 “방청 성능을 극대화했다”고도 했다.

현대차가 한국과 북미 모두 ‘부식가혹지역’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리콜에서는 한국은 부식 위험이 없는 지역이라고 말을 바꾼 셈이다. 국내 소비자만 찬밥 취급한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강판과 코일 스프링은 다른 문제이고, 리콜 역시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의 오해와 진실에 부식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지만 당시 한국에서 현대차의 역차별 논란이 일어 내수용 자동차에도 과할 정도로 방청 조치를 한 측면이 있다”며 “한국은 코일스프링과 관련한 위험 우려가 없는만큼 리콜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현대차의 설명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고양시에 사는 아반떼 운전자 강모(32)씨는 “북미지역과 마찬가지로 내수용 차량의 강판이 부식될 우려가 있다면, 다른 부품 역시 부식될 위험이 있는 것 아니냐”며 “똑같은 위험을 우려해 만든 차인데 미국에 있는 차의 스프링 코일은 위험할 수 있고, 한국 것은 위험이 없다는 소리는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