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직원의 실수로 10배 많은 금액을 환전 받은 고객이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이환승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IT사업가 이모(51)씨에게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에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는 은행 측의 환불 요구를 묵살하기 위해 ‘환전한 돈을 분실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허위 신고했다”며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과 통화내역 등을 전부 삭제하는가 하면 수사기관에서 거짓진술로 일관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씨는 싱가포르에서 반도체 분야 사업체를 세워 왕성한 사업 활동을 하고 있어 특별히 금전적인 어려움은 없을 것임에도 은행 직원의 실수를 이용해 부정한 이득을 얻고자 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지난 3월3일 서울 강남구 삼성무역센터 인근의 한 은행에서 약 510만원을 싱가포르 화폐로 환전했다. 당초 이씨는 6000달러를 받아야 했지만 은행 직원의 실수로 6만달러(약 4380만원)를 받았다. 이후 “돈 봉투를 잃어버렸고 6만달러가 들어있는지도 몰랐다”고 거짓말한 혐의로 고소 당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씨는 은행 직원으로부터 돈 봉투를 받았을 당시부터 6만달러라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은행 직원이 실수를 깨닫고 수십 차례 전화했지만 모두 받지 않았다. 이씨는 자신이 받은 1000달러짜리 60장을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었다가, 압수수색 직전에 지운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를 복원해 증거로 확보했다.
이씨는 이후 사태가 커지자 해당 은행 직원에 합의를 제안했다. 당시 이씨는 직원에게 환전 실수로 은행이 손해 본 4600여만원에 대해 “각자 절반씩만 부담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은행 측은 전액을 돌려주면 10%를 사례로 지급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이씨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판례에 따르면 본인이 더 많은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도 돌려주지 않을 경우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성립하지만, 받을 때부터 이 사실을 알고도 돈을 가져가면 사기죄가 적용된다”며 이씨에게 사기죄를 적용했다. 점유이탈물 횡령죄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의 형을 받는 반면 사기죄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형이 훨씬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