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를 대비해 삼성이 자체 연습 경기를 가진 대구시민야구장엔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이날 TV조선 등은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해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삼성의 주축 선수들이 해외 원정 도박을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3~5명이 시즌 후 마카오의 카지노에서 조직폭력배에게 돈을 빌려 불법 도박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SNS 등을 통해 '원정 도박선수'로 거론된 한 선수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절대 도박을 한 적이 없다"며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고 짧게 이야기하곤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인터넷에 이름이 떠도는 또 다른 선수 역시 지인을 통해 "태어나서 홍콩 딱 두 번 가봤는데, 도박이라곤 한 적이 없다. 왜 내 이름이 오르내리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날 대구구장에는 1군 선수 30명이 나왔다. 정규 시즌 말미 다친 옆구리가 다 낫지 않아 잠깐 인사를 하고 돌아간 이승엽을 빼면 '전원 출근'이었다. 도박설이 불거졌던 선수들도 경기장에 왔다. 하지만 그라운드에는 나서지 않고 경기장 내에 따로 마련된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체력 훈련만 소화했기에 기자들은 만날 수 없었다. 구단 측은 "오늘 연습경기 등판 계획이 없어 몸 상태를 체크하는 데만 집중했다"고 전했다.

다른 선수들은 오전 11시쯤 모두 모여 라커룸에서 10분가량 짧게 전체 미팅을 하고 그라운드로 나섰다. 그리곤 평상시와 다름 없이 몸을 풀고, 연습 경기를 가졌다. 얼굴은 다들 굳어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있다가도 취재진이 다가서면 뿔뿔이 흩어져 자리를 피했다. 구단 관계자는 "평소엔 경기 전 연습 때 농담도 주고받았는데 오늘은 분위기가 좋지 않아 우리도 말을 못 걸었다"고 했다.

경기 후 더그아웃에서 차분하게 소감을 이야기하던 류중일 감독은 '도박'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작심한 듯 "큰 경기를 앞두고 누가 우리를 흔들려고 하는지 몰라도 근거 없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류 감독은 "그런 의혹에는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며 "모든 선수가 정상적으로 한국시리즈를 대비한 훈련과 연습 경기에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말을 거듭하면서 류 감독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됐다.

삼성은 25일까지 한국시리즈에 나설 28명의 선수를 확정해 KBO(한국야구위원회)에 명단을 제출해야 한다. 팀의 주축인 세 선수가 빠지면 삼성의 목표인 한국시리즈 5회 연속 우승도 어려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