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은 15일 개표 조작 의혹을 제기해 '대선 불복' 논란을 낳았던 강동원 의원의 당직을 박탈하며 파문 차단에 나섰다. 그러나 문재인 대표가 강 의원 발언 문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부정선거) 의혹들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것 같다"고 하면서 논란이 도리어 확산돼버렸다.
문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지난 대선에 대한 우리 당 입장은 정립돼 있고 변함없다"며 "당내에서도 강 의원이 제기한 의혹이 상식적이지 못하고 국민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의견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저도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 대표는 곧이어 "다만 말씀드리자면 대선 이후 우리 사회 일각에서 지금까지 강력하게 남아 있는 의혹들이 있다. 그것들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의혹을 제기한 분들이 선거 무효 소송을 제기했는데 대법원에서 3년 가까이 판결을 하지 않고 있다. 근거가 없다면 빨리 판결을 내려 의혹을 해소해야 하는데 판결이 나오지 않으니 의혹을 가진 분들은 지금도 의혹을 갖고 있는 상황이고 강 의원은 그런 의혹을 질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선 개표조작의혹 다 해소되지 않아" '대선불복' 논란에 기름부은 문재인]
강 의원은 작년 11월 국회 예산특위에서도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왜 선거 무효 소송을 진행하지 않느냐"고 질문한 적이 있다. 문 대표는 "그런 의혹을 제기했다고 해서 출당, 제명을 요구하는 것은 교과서 국면을 덮으려는 정치적 책략으로 느껴진다. 이렇게 확대할 일은 아닌 것 같다"며 청와대와 여당을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곧바로 발끈하고 나섰다. 김영우 대변인은 "야당에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대선 불복 심리를 반영한 것"이라며 "문 대표는 제대로 된 입장을 밝히고 국민 앞에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야당이 강 의원 발언을 '개인 발언'으로 치부하면서 당대표가 "의혹이 남아 있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은 '이중 플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문 대표 측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로 의혹을 제기할 구실을 없애자는 것인데 그게 무슨 대선 불복이냐"며 "불복이라는 말을 꺼낸 것은 우리가 아닌 여당"이라고 했다. 하지만 야당 안팎에서는 "문 대표 발언에는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문 대표는 강 의원 발언 직후 "대선 승복 발언을 직접 해서 논란의 싹을 잘라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지만 "내가 여러 번 승복한다고 말했는데, 왜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느냐"고 했다고 한다. 문 대표는 2012년 12월 20일 새벽에 바로 대선 승복 발언을 했고 다음 해 1월에는 "(선거무효소송은) 바람직하지 않고 그럴 상황도 아니다. 새출발 하자"며 지지자들을 설득도 했다. 그러나 '국정원 댓글 사건' 이후인 2013년 10월에는 "지난 대선이 불공정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박근혜 대통령이 수혜자라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라고도 했다.
이와 함께 '대선 불복'에 동조하는 일부 지지자는 "국회에서 우리에게 동조하는 발언을 안 해주면 분신(焚身)하겠다"며 문 대표를 압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당수 야당 관계자는 "대선 당사자인 문 대표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지금은 당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 대구 출마를 준비 중인 새정치연합 김부겸 전 의원도 이날 보도 자료를 내고 "선거 부정이나 대선 불복은 중대한 문제이므로 당에서도 진솔한 입장 천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