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웅(56) 법무부 장관의 별명은 '순바구'다. 이메일 아이디(ID)에도 '순바구(sunbagu)'가 들어있다. 순한 바위라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다. '힘자랑하지 말라'는 전남 고흥에서 났다. 그는 특수부장 시절 법조 브로커 수사를 하면서 고법 부장판사를 구속했다. 전례 없는 일이었다. 인터뷰는 지난 14일 과천청사 법무부 장관 접견실에서 1시간가량 이뤄졌다.
―법조 브로커 비리 수사에 대해선 최고 전문가라고 할 수 있겠다.
"법무부 장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사법(司法) 신뢰 회복이라 생각한다. 법조 브로커는 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 신뢰를 깎아먹는 고질(痼疾)이다. 변호사법을 개정해 변호사가 사무장을 채용할 때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채용 기준도 엄격하게 할 계획이다. 음성적 사건 수임을 막기 위해 수임 계약서 작성과 보관도 의무화하겠다. 처벌 규정까지 만들 작정이다. 이제껏 유례없는 가장 강력한 대책을 만들겠다."
[김현웅 법무부장관 "법조계서 브로커라는 말 사라지게 할 것"]
―법조 브로커도 문제지만 국민 눈엔 검찰 고위직 출신들의 '전화 변론', 전관예우도 문제다. 법조 브로커 전담 수사 검찰청을 지정하고, 전화 변론은 신고센터를 만들면 어떤가.
"검찰에 전관 변호사 응대 요령이 마련돼 있다. 전화 변론은 받지 않게 돼 있다. 법조 브로커 척결을 위해 법원·변협 등이 함께 참여한 태스크포스(TF)가 만들어졌고, 곧 전관예우 관행을 뿌리 뽑는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
올 초부터 검찰은 동시다발적으로 포스코 등 기업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대의(大義)에도 '전(前) 정권 손보기' '먼지떨이 수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과정에서 잇단 영장 기각, 무죄판결, 피의자의 자살 사건이 이어졌다.
―기업 수사 등 검찰의 수사를 둘러싼 논란이 크다. 수사 실적도 만족스럽지 않은 것 같다. 검찰의 수사 실력(實力)이 떨어져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과거에 비해 수사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신속하게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가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기업을 죽이는 수사가 아니라 살리는 수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검찰을 지휘하고 있다."
―특히 기업인 배임죄에 대해 무죄판결이 많다. 배임죄를 폐지하거나 처벌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기업 경영 하는 분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일부에선 '배임죄를 처벌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배임죄는 경영자들의 일탈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측면이 있다. 신중히 봐야 한다."
―포스코 수사는 무려 8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그러고도 실적은 신통치 않다.
"법은 정의로워야 할 뿐만 아니라 정의롭게 보여야 한다는 말도 있다. 포스코 수사는 워낙 범위가 방대하고 관련 업체가 많다. 신속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검찰을 지도 감독 하겠다. 범죄 단서가 있어서 수사에 착수한 것이지 정치적 의도는 일절 없었다."
―사정 수사는 언제쯤 마무리되나.
"조만간 정리될 것으로 알고 있다."
―12월 1일 김진태 검찰총장의 임기가 만료되고 새 총장이 임명되면 검찰은 인사 시즌에 접어든다. 검찰만큼 인사 뒷말이 많은 조직도 드물다. 검찰 인사 책임자로서 '인사 청탁' 하는 검사들은 어떻게 할 건가.
"검찰 내부적으로 검사들에 대한 평가는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외부에서 들어오는 인사 청탁은 검사 본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게 될 것이다. 외부 청탁이 들어온 검사는 인사 기록 카드에 그 부분을 기록하게 돼 있다. 장관으로서 청탁이 왔다고 휘둘리지도 않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공약에 '법무부를 비롯한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 제한'이 있다. 그런데 실상은 더 늘어났다는 지적이 많다.
"늘어났다는 것은 맞지 않다. 이전 정부보다 줄었다. 검사가 꼭 수사나 재판만 하는 게 아니라 정부 내 법률 전문가, 정부의 변호사로서 역할이 있다."
―대법원이 추진하는 상고법원에 대한 입장은.
"상고 사건이 너무 많은 것이 근본 문제다. 상고를 제한해 사건을 아예 줄이는 방법, 대법관을 증원해 업무 부담을 줄이는 방법 등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어떤 방안이 국민에게 가장 좋고 사법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지 아직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