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일도 안 하며 '헬조선' 불만 댓글…'잉여'인간 160만명으로 급증

입력 2015.10.13 15:10

 

31세가 된 김수명(가명)씨는 자신을 취업준비생이라고 소개한다. 그런데 김씨는 대학 졸업 후 3년 넘게 취업 준비를 한 적이 없다. 그가 종일 하는 일이라곤 눈 떠서 잠들 때까지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게 전부다. 대학 졸업 후 이런 일상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 김씨의 생계는 맞벌이하는 그의 부모가 책임지고 있다. 김씨는 “이런 일상이 너무 편하다”며 “어떤 일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최근 ‘잉여’란 단어가 널리 쓰인다. 취업이나 결혼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 층이 자신을 스스로 낮춰 부르는 말이다. 열심히 노력해도 사회의 생산적 구성원이 되기 어렵다는 자조 섞인 단어다. 취업 시도조차 포기한 채 잉여로 전락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쉰 사람이 159만2000명에 이르렀다. 통계청은 7일 질병, 가사, 군 복무 등 어떤 이유도 없이 일을 하지 않으면서 구직 활동조차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집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쉬는 사람들이다.

통계청이 ‘쉬었음’으로 분류하는 사람은 갈수록 늘고 있다. 작년 말 145만명이었던 숫자가 올해는 159만2000명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들은 의지가 있으면 구직 활동을 통해 직장을 잡을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눈높이에 맞는 직장이 없다는 등 이유로 그냥 쉬고 있다.

38세가 된 박서준(가명)씨는 지금까지 응시해 본 시험 숫자를 헤아리기도 어렵다. 사법시험부터 회계사 시험에 각종 공무원 시험까지 웬만한 시험은 다 쳐봤다. 그러나 1차 관문조차 통과해 본 일이 없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취업 준비를 한다고 말은 했지만 마음먹고 책을 제대로 잡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박씨는 형식적인 시험 준비마저 2년 전부터 중단한 상태다. 이후 온라인 게임이나 각종 TV 스포츠 중계로 시간을 보낸다.

고용사정 악화에 따라 이런 사람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앞으로 취업할 가능성이 없다면서 취업을 완전히 포기해 버린 구직 단념자의 수가 지난 8월 기준 53만9100명에 달한다. 영원히 잉여로 남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말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다, 지금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다.

잉여들은 사회 불만 세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스스로 잉여가 이유를 사회에서 찾는 것이다. 박씨의 경우 인터넷 기사를 접할 때마다 다양한 악성댓글을 쏟아 낸다. ‘헬조선(지옥 같은 한국 사회)’ 같은 말을 쓰면서 사회에 대한 불만을 댓글로 해결하는 것이다. 이런 댓글은 인터넷상 분란을 일으키면서, 스스로는 행동으로 옮기는 지경에 이르면서 범죄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잉여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젊은 층의 극단적인 사례란 점에서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잉여가 증가한다는 것은 소중한 인적자원의 낭비가 많아진다는 뜻”이라며 “잉여 본인뿐 아니라 사회를 위해 이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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