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은 12일 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확정되자 지도부가 1인 시위를 하는 등 곧바로 거리로 나섰다. 다만 야당은 전면적 장외투쟁 대신 국회 대정부질문과 국회 밖 촛불집회 등을 연계해 국정화(國定化) 철회 여론을 조성하는 '병행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여론을 지켜보며 투쟁 수위도 단계적으로 높이기로 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국정 발행 행정예고 직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역사 왜곡 교과서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문 대표가 거리에 나선 것은 지난해 8월 '세월호 단식'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이종걸 원내대표와 주승용·오영식·추미애 최고위원 등 지도부도 '친일 미화·역사 왜곡 교과서 반대' 같은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했고, 일부는 "국정 교과서를 반대한다"는 구호도 외쳤다. 야당은 13일부터 다시 문 대표를 시작으로 1인 시위를 하고 주말에는 시민단체와 함께 대규모 촛불집회를 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13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해 국정화 반대 서한문을 전달할 예정이다.
야당은 "친일·유신 교과서" "역사 쿠데타" 같은 정치 구호를 내세우면서 내부적으로는 "국정화의 후진성을 뒷받침할 논거를 준비하라"는 방침에 따라 여론전에 치중하고 있다.
교과서 국정화는 야당 협조가 필요한 입법(立法) 사항이 아닌 정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행정 사안이기 때문에 야당으로선 마땅한 저지 수단이 없다. 이 때문에 여론전을 통해 국민 여론을 반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야당 관계자는 "'친일 교과서' 같은 이념보다 '국정화'라는 형식을 문제 삼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보고 있다"고 했다.
야당은 여권이 문제 삼는 현행 '좌편향 교과서'가 정작 보수 정부에서 검정을 통과시킨 것임을 강조했다. 문 대표는 당 회의에서 "이명박 정부가 집필 규정을 만들고 박근혜 정부가 최종 합격 판정을 내린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이라면 그것은 정부의 직무 유기이자 (보수 정권의) 자기모순"이라며 "만약 기존 교과서에 오류가 있다 하더라도 검인정을 강화하면 된다"고 했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OECD 국가 중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나라는 터키·그리스·아이슬란드 세 곳뿐"이라고 했다.
야당은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고시 강행 철회, '좌편향 교과서' 허위 보고서 작성 교육부 책임자 사퇴, 대통령 사과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도 제출했다. 야당은 "역사 교과서 문제는 민생과 무관하다"며 여권을 향해 '역(逆) 이념 논쟁'도 제기했다. 윤관석 의원은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한 국민 앞에 역사 교과서 문제로 이념 갈등을 조장하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박근혜 정권을 좌시할 수 없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은 '민생 투어'라는 이름으로 전국을 돌며 '국정화 반대' 서명운동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야당은 일단 국회 전면 보이콧은 않겠다는 방침이다. 김성수 대변인은 "아직 전면 장외투쟁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야당 관계자는 "자칫 민생을 외면하고 이념 투쟁에 집착하는 '운동권 당(黨)'이라는 역공(逆攻)에 말려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대신 대통령과 여권이 주도하는 노동 개혁 등 국회에서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비협조'로 여권을 압박하기로 했다. 새정치연합 소속인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은 "정부도 노동 개혁 같은 여러 개혁에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할 것 아니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