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어느 교육자의 하소연

    입력 : 2015.10.10 03:00

    문갑식 선임기자
    문갑식 선임기자
    지금 고등학생의 학년별 대입(大入)제도는 전부 다르다. 고3, 고2, 고1이 다르고 중 1도 새로 준비를 해야 한다. 교육부는 학생들을 30년 전부터 '실험 쥐'처럼 취급했다. 그런데 유독 지금의 입시제도가 누더기처럼 복잡해진 이유가 어처구니없다.

    권력자나 전문가들이 '교육 개혁'이라는 명분을 걸고 아이디어를 툭 던지면 교육부 관리들이 앞뒤 안 재고 덥석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영혼(靈魂) 있는 교육부 관리라면 신중해야 한다. 권력자나 전문가도 교육부 관리의 그런 '바른말 하는 용기'를 칭찬해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백년대계(百年大計)는커녕 일년잡계(一年雜計) 아래에서 아이들은 도박사처럼 변하고 있다. 2000개가 넘는다는, 대학들도 학생들도 학부모들도 잘 모르는 이런저런 전형(銓衡)의 허점만을 찾아다니며 요행을 노리도록 만든 게 바로 교육부 관리들이다.

    대학도 교육부 관리들의 분탕(焚蕩)에 결딴날 지경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10년째 알고 있는 한 대학 관계자는 "제발 살려달라"고 했다. 그가 꺼낸 주제는 교육부의 '대학 구조 개혁 평가'였다. 나는 교육부의 대학 평가가 제 호주머니나 불리는 못된 사학(私學) 벌주고 착한 사학 상(賞)을 주는 것인 줄 알았다. 이면을 보니 엉터리도 이런 엉터리가 없다.

    첫째, 대학 평가에서 취업률 반영 비중은 고작 8%다. 청년 실업 해소는 국민의 최대 관심사다. 이 중요한 취업률이 왜 외면받는가. 둘째, '전공 분야 취업률' '국가고시 합격률'은 대학 평가 항목에 없다. 그럼 대학은 대체 무슨 공부를 시키라는 말인가? 셋째, 대학 평가에는 법정 부담금 비율이란 게 있다. 학생들이 낸 등록금은 학생을 위해 쓰고, 재단이 학교를 위해 내는 돈이 법정 부담금이다. 이것은 당연히 높을수록 좋다. 그런데 A등급을 받은 1, 2, 3위 대학의 법정 부담금 비율은 3.8%, 10%, 10.8%였다. 반면 같은 A등급이라도 연세대·아주대·성균관대처럼 80~116%나 되는 대학도 있다. 이것은 'A등급'이라도 다 같은 수준이 아니라는 뜻이다. 역으로 말하면 'A등급은 좋은 대학, D·E등급은 나쁜 대학'이라는 등식이 깨질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대학 평가는 정원 1만명 이상 대학과 중소형 대학을 구분해 실시됐어야 한다. 그런데 정원이 2만명인 대학과 5000명인 대학을 같은 '링'에 올렸다. 밴텀급 복서 홍수환보고 몸무게가 두 배나 더 되는 헤비급 무하마드 알리와 싸워 보라는 게 공정한가? 교육부는 지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대학 구조 개혁의 일환으로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이 통합할 때 입학 정원을 60% 줄이도록 했다. 이 감축 비율이 이후 40%로 줄었다. 지시를 어기고 버틴 대학은 이익을 보고 성실하게 따른 대학만 손해 봤다는 뜻이다.

    이런 내용을 취재하며 모든 것을 실명(實名)으로 밝히려 했지만 취재원의 눈에 어린 공포를 보며 포기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장관이야 어차피 얼마 안 있으면 떠날 분이고…세종시까지 끌려가 교육부 관리들의 닦달과 집요한 보복을 받을 것이 뻔합니다."

    김정은의 폭압(暴壓)에 저항 한 번 제대로 못 하는 북한 주민들이 의아했는데 우리 세금으로 먹여 살린 공무원들이 아이와 대학을 쥐고 흔들며 권세를 부리는 데도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처럼 침묵하는 우리 국민도 이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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