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열린 교육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는 말싸움과 정회를 거듭한 끝에 파행했다. 정부의 국정(國定) 역사 교과서 발행 방침에 야당이 격렬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황우여 교육부총리는 국정 전환 방침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서도 "국론 통합을 위한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답변했으나 야당은 "역사 쿠데타"라고 했다. 예상됐던 일이다.

이런 충돌은 교육부가 오는 12일 국정 전환 방침을 밝히고 나면 훨씬 격해질 가능성이 크다. 좌파 계열 시민 단체들은 벌써 거부 운동을 공언하고 있다. 내년 4월엔 총선까지 있어 이념과 세력이 결합한 큰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다.

정부가 국정 전환을 추진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교육부가 국회에 낸 자료에 따르면 현 검정(檢定) 교과서들의 필진 가운데 좌파 연구 단체와 직간접으로 연관된 사람이 80~90%나 된다. 이것을 바로잡는 것은 정부의 의무라고까지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정 교과서가 세계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무시할 수는 없다.

정부도 이런 논란과 갈등이 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를 감수하고라도 국정화하겠다고 방침을 정한 이상 가장 크게 염두에 둬야 할 일은 말 그대로 '제대로 된 교과서'를 만드는 일이다. 편향이니, 시대 역행이니 하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정도로 균형 잡힌 교과서여야 한다. 하지만 그럴 역량이 충분히 있는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는 선거가 없는 올해를 '개혁의 골든타임'이라며 노동·교육·금융·공공 4대 개혁에 온 힘을 쏟겠다고 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만 찔끔 줄이기로 했을 뿐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노동 분야도 노사정위에서 해고 요건 완화 등 몇 가지 합의하기는 했지만 아직 구체적 성과까지 나온 것은 아니다. 교육과 금융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나하나가 해당 분야의 기본 체질을 바꾸고 반드시 손해 보는 사람들의 집단 반발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4대 개혁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 아니다. 2%대 저성장 체질이 굳어지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며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에서 이런 일마저 해내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둡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국정화 전환은 법을 고치지 않고 고시(告示)만으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국회가 법적으로 견제할 수 없다는 바로 이 점이 역설적으로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가 반대 측 설득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이것 한 가지 때문에 다른 중요한 일까지 떠내려가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야당을 비롯한 반대 측도 이것 한 가지에 다른 모든 일을 연계하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사설] 3년 반 만의 한·일 정상회담, '非正常' 푸는 계기 되어야
[사설] 또 싸움판 벌인 롯데家 형제, 이제 부끄러운 줄도 모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