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진용을 바꿨다. 2006~2007년 1차 집권까지 따지면 네 번째, 재집권 이후론 세 번째 내각이다. 이번 개각에서 아베 총리는 한편으론 친정(親政)을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론 자기 색깔을 더 뚜렷이 했다.
전체 각료 19명 중 9명을 남기고 10명을 바꿨다. 유임된 9명은 아베노믹스·안보관련법 담당과 아베 총리의 '복심'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이다. 새로 들어온 10명 중 상당수가 우익 성향이 뚜렷했다. 아베 총리가 집권 후반기 목표로 경제성장과 개헌을 내건 점과 통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최우선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헌법의 모습에 대해 국민적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저출산 고령화를 극복하겠다며 '1억총활약 담당상'이란 자리를 신설하고, 핵심 참모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전 관방부장관을 앉혔다. '납치문제 담당상'과 '여성활약 담당상'도 겸하게 했다.
가토는 경제관료 출신으로, 최근 3년간 200회 가까이 총리와 얼굴 보고 만난 참모다. 아베 정권은 주요 부처 국장급 인사까지 입김을 뿜는데, 올여름 인사 때 가토가 그 작업을 총괄했다. 극우 소설가 햐쿠타 나오키가 아베 총리를 따르는 자민당 매파 의원들 앞에서 "비판 신문사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발언했을 때, 가토가 관방부장관(정부 부대변인) 신분으로 동석해 문제가 됐다.
문제의 간담회에 가토와 동행했던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당시 자민당 총재 특보가 가토의 후임이 됐다. 그는 지난해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인정한 '고노담화'를 검증하자는 움직임에 앞장섰다. 올해 8월 15일에는 아베 총리 대신 야스쿠니신사에 가서 아베 총리가 바치는 공물을 전달했다.
다른 이들은 어떨까. 하세 히로시(馳浩) 신임 문부과학상은 고교 교사·프로레슬러를 거쳐 정계에 입문했다. "일본도 자주 국방력을 갖춰야 한다" "일본 교과서에 한국이 '다케시마'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더 많이 적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신임 농림수산상도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건 아무 문제없다" "무라야마 담화, 고노 담화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새 여성 각료 두 명도 아베 총리 그늘에서 컸다. 마루가와 다마요(丸川珠代) 신임 환경상은 아나운서 시절 아베 총리를 만나 그의 지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시마지리 아이코(島尻安伊子) 신임 오키나와·북방영토 담당상도 '아베 스쿨'이다. 2013년 일본 시마네현이 주최한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내각 대표로 처음 참석한 사람이 시마지리였다.
내년 7월 참의원 선거 이후, 개헌을 추진한다는 게 자민당 매파의 로드맵이다. 정치색이 옅은 내용으로 1차 개헌을 한 뒤, 국민의 거부감이 줄면 2차 개헌을 통해 '전쟁을 포기한다'고 밝힌 평화헌법 9조를 바꾸겠다는 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