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포천 쿠키

    입력 : 2015.10.03 03:00

    [편집장 레터]

    추석 연휴를 지내고 출근한 첫날, 회사 근처 중국집에 저녁을 먹으러 갔더니 주인아저씨가 추석 선물이라며 작은 상자를 줍니다. 월병(月餠)입니다. 중국 사람들이 추석에 먹는다는 동그란 과자이지요. 미국에선 중국 식당에서 식사하고 나면 '포천 쿠키(fortune cookie)'라는 걸 줍니다. 맛은 대단치 않은 조그만 과자인데, 쪼개 보면 그 안에 덕담이나 조언 한마디가 쓰여 있는 조그만 종이가 나옵니다.

    ▶성수선씨의 책 '나의 일상에 너의 일상을 더해'에도 포천 쿠키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람들은 쿠키 안의 종이에 "어차피 좋은 말만 씌어 있는 거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좋아한다"는 거지요. "때로는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용서하세요'라는 문장을 보고 누군가와 화해를 하기도 하고, '엄마에게 전화해서 사랑한다고 말하세요'라는 문장을 보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기도 하고…." 예전에 제 친구도 실연하고 나서 중국 식당에 갔다가 포천 쿠키에서 나온 '지나간 일에 연연하지 마라'는 말 한마디를 읽고 마음이 정리됐다고 하더군요.

    ▶어느 나라에 가든 중국 식당엘 가봅니다. 처음엔 '쌀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중국 식당에 갔지만 나중엔 그 나라에선 중국 음식이 어떻게 변주되는지 궁금해서 찾아다녔습니다. 미국에는 약 4만7000개의 중국 식당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선지 한국에서보다 중국 식당에 자주 갔습니다. 혼자서 포장해다가 먹을 때도 있고, 친구들과 몰려가서 먹을 때도 있습니다. 혼자 먹으면 간편해서 좋고, 여러 사람이 먹으면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런 유연성이 중국 음식의 강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포천 쿠키' 같은 작은 서비스는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재미를 선물해줍니다. 한때는 포천 쿠키를 잔뜩 사다가 집에 두고 가끔 열어볼까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좋은 얘기만 들어 있으니 매일매일을 운 좋은 날로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추석이 지났으니 올해도 석 달 남았습니다. 오늘도, 이번 주도 운 좋은 날들로 만들어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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