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인도네시아 고속철도 수주에 성공했다.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으로 급성장해 온 중국산 고속철도가 본격적인 국제화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30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일본을 찾은 소피안 잘릴 국가개발계획장관은 29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고속철도 건설 계획에 대해 "중국의 제안을 환영하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은 그동안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반둥 간 150㎞ 고속철도 사업 수주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해 왔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달 초만 해도 더이상 추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고속철도 구간이 충분히 길지 않을뿐더러 재정적 부담과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인도네시아 정부의 재정 부담과 채무 보증 없이 사업을 진행하는 새로운 제안을 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중국과 맞대결을 펼치던 일본의 신칸센 방식은 결국 융자 조건이 맞지 않아 수주에 실패했다
스가 장관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입장 변화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고,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교도통신은 "인프라 수출을 성장 전략의 기둥으로 삼고 있는 아베 정권으로서는 큰 타격"이라며 "세계 각지의 인프라 개발에서 경쟁하는 중국에 핵심 안건을 빼앗긴 형태"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톈진 고속철도를 처음 개통했지만 이후 경이로울 정도의 발전 속도를 보이며 세계 철도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이미 터키에 고속철도 차량을 수출했고 지난 6월엔 러시아의 첫 고속철도인 모스크바~카잔 고속철도 사업을 따냈다.
특히 최근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라스베이거스 간 370㎞ 고속철도 건설 프로젝트에서도 일본을 제치고 미국 기업과 합자기업을 설립했다.
지난해 고속철을 포함한 중국의 철도 차량 수출액은 267억7000만 위안(약 5조원). 해외 시장이 80여개국에 이른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 고속철도의 경쟁력은 우선 유럽이나 미국의 3분의 2 수준인 저렴한 건설 비용과 짧은 공기(工期)에서 나온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술력의 상징인 최고 속도에서도 지난해 시속 605㎞ 시험 운행에 성공해 세계 최고 기록을 깼다. 그동안 세계 1위는 프랑스가 2007년에 세운 574.8㎞였다.
하지만 중국의 고속철 기술이 아직 해외에서 충분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멕시코에서 고속철 사업을 수주했으나 멕시코 정부가 사업을 돌연 사업 취소해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입력 2015.09.30. 12:08업데이트 2015.09.3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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