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를 탄 승객이 지난 24일 5억명을 돌파했다. 2004년 개통한 지 11년 만이다. 국민 한 명당 열 번씩은 KTX를 탄 셈이다. 그동안 KTX는 지구 6900바퀴에 해당하는 2억8000만㎞를 달렸다.
KTX 승객은 개통 첫해인 2004년 1988만2000명에서 지난해 5691만7000명으로 3배 가까이로 늘었고 올해는 5924만4000명에 이를 전망이다. 하루 평균 승객은 2004년 7만2000명에서 올해 17만명으로 2배 이상이 됐다.
승객 증가세엔 가속도가 붙고 있다. 첫 1억명 돌파에 3년 1개월이 걸렸는데 4억명에서 5억명으로 증가하는 데는 1년 9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KTX 운행 구간이 전국 곳곳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서울~동대구 간 292.4㎞ 구간을 처음 달린 KTX는 현재 1009.6㎞ 구간을 달리고 있다. 2010년 동대구~부산 구간(경부고속철도 2단계)이 개통했고, 전라선(여수엑스포)과 경전선(마산·진주)에도 KTX가 다니기 시작했다. 작년엔 지방과 인천공항을 바로 연결하는 노선이 생겼고 올해는 호남고속철도와 동해선(포항)이 개통했다.
이 중 KTX가 시속 300㎞까지 달릴 수 있는 전용 노선이 새로 깔린 구간은 서울~부산과 용산~광주송정 구간을 합쳐 555.6㎞다.
코레일 관계자는 "KTX가 개통하면서 서울 통근권이 천안이나 오송, 대전 등 충청권까지 확대됐고 2012년 이후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이 세종, 김천, 울산 등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손님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KTX 통근 승객이 주로 이용하는 정기승차권의 월평균 발매량은 2004년 911장에서 지난해 6481장으로 10년 만에 7배 이상이 됐다. 개통 초기 하루 평균 이용객이 4000명 정도였던 천안아산역은 요즘 1만9000여 명이 오간다.
2010년 스마트폰 예매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KTX 이용은 더욱 편리해졌다. 역 창구를 이용하는 대신 스마트폰 앱이나 인터넷으로 직접 발권하는 승객 비율은 2008년 22.4%에서 올해 66%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 승객이 가장 많이 이용한 구간은 서울~부산 구간으로 하루 평균 3만1000명이 탔다. KTX 전체 승객의 14.2%가 몰린 것이다. 이어 서울~동대구(2만2000명), 서울~대전(2만명) 구간의 이용객이 많았다.
승객이 가장 많이 이용한 역은 서울역(하루 9만3000명)이었고 이어 부산역, 동대구역, 대전역, 광명역, 용산역, 천안아산역의 순이었다.
KTX 승객이 늘면서 항공사와 고속버스 업체들은 타격을 입었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4월 호남고속철도와 동해선이 개통한 뒤 서울~광주와 서울~포항 구간의 고속버스 이용객은 작년보다 각각 21.6%, 25.5% 줄었다. 김포~광주 항공 노선은 손님이 44.4%나 줄었다고 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007년 김포~대구 노선의 운항을 아예 중단했다. 5억명이 KTX를 타는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2010년 도입된 'KTX-산천'은 운행 초기에 잦은 고장으로 말썽을 일으켰고 2011년엔 광명역에서 KTX가 탈선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코레일은 5억명 돌파를 기념해 '철도의 날'인 지난 18일부터 한 달간 KTX를 다섯 번 이상 이용한 철도 회원 중 555명을 추첨해 55% 할인쿠폰을 증정할 계획이다. 11월부터는 임신부에게 빈 좌석이 있을 경우 무료로 특실 업그레이드를 해주는 'Mom(맘) 편한 KTX' 상품과 25~33세 청년에게 최대 30% 할인 혜택을 주는 '힘내라 청춘' 상품을 출시한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철도교통연구본부장은 "KTX 이용객이 5~7년 내로 10억명을 돌파해 10년 이내에 15억명까지 늘 것으로 예상된다"며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해 선로를 확장하고 2층 KTX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