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회사 폴크스바겐이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저감 장치를 조작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독일차 회사인 BMW는 일부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가 유럽연합(EU)의 11배에 이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BMW는 관련 의혹을 부인했지만, 주가가 약 9% 폭락하는 등 '폴크스바겐 사태'의 충격이 확산하고 있다.

알렉산더 도브린트 독일 교통장관은 24일(현지 시각) "유럽에서도 1.6L와 2.0L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저감 장치가 조작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유럽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조작 차량'이 판매됐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번 파문은 세계로 확산할 전망이다. 폴크스바겐은 마르틴 빈터코른 폴크스바겐그룹 CEO(최고경영자)가 물러난 데 이어, 25일 감독이사회를 열고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다른 고위 경영층의 책임을 묻기로 했다.

폴크스바겐에 이어 실제 배기가스량이 유럽연합(EU) 기준치의 11배에 이른다는 의혹이 제기된 독일 BMW의 차량 내부 모습.

폴크스바겐뿐 아니라 독일 고급차 브랜드인 BMW도 배출가스 논란에 휩싸였다.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빌트'는 미국 비영리 단체인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의 도로주행 시험 결과를 인용해 BMW의 'X3 X드라이브' 디젤 차량 모델이 EU 기준치의 11배에 달하는 배출가스를 내뿜는다고 24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BMW는 즉각 성명을 내고 "검사를 통과하기 위한 어떤 조작이나 눈속임도 없으며, 모든 법적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BMW 주가는 한때 9% 가까이 폭락했다. ICCT 관계자는 "모든 정보를 볼 때, 이번 문제가 폴크스바겐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24일 프랑스의 '푸조 시트로앵'과 이탈리아의 '피아트' 주가도 4% 이상 하락하는 등 파문이 유럽의 다른 자동차 업체로 확산 중이다.

EU는 24일 28개 회원국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여부를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EU는 내년 1월 1일부터 자동차 배출가스 검사를 실험실이 아니라 실제 도로 주행으로 측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도 문제가 된 폴크스바겐 차량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환경부는 폴크스바겐의 디젤 승용차 4종(아우디A3·골프·제타·비틀)의 배출가스 장치 조작 여부를 가리기 위해, 경기도 평택항 부두에 입고된 4개 차종 신차 한 대씩 4대를 인계받아 조사를 시작했다. 환경부는 이달 말까지 이 4개 차종을 3000㎞가량 달리게 한 뒤 다음 달 1일부터 이 승용차들에 '배출가스 측정장치'(PEMS)를 달아 도로를 직접 주행시키는 방식으로 배출가스 장치 조작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검사 결과는 이르면 11월 초 나올 전망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평택항에 새로 입고된 차량의 경우 이미 조작 여부를 확인할 수 없도록 폴크스바겐 측에서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신차가 아니라, 시중에 주행 중인 폴크스바겐 일반 고객 차량을 무작위로 선택해 조사해야 한다는 전문가들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검사 결과 문제가 확인될 경우, 미국처럼 이 차량들에 대한 리콜이나 판매 정지 등 명령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