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노린 강력범죄가 늘면서 여성들 사이에선 각종 자구책(自救策)이 유행하고 있다.

직장인 정모(29)씨는 미혼이지만 밤늦게 퇴근해 골목길을 걸을 때마다 가상의 남편에게 전화를 건다. "여보, 나 지금 마트 지나고 있어. 10분 후면 도착하니까 나와"라고 큰 소리로 통화하는 연기(演技)를 하는 것. 누군가 나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점을 알리면 범죄자가 범행을 시도하는 데 부담을 느낄 것이란 판단에서다.

허경미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누군가 뒤를 쫓는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낄 경우 경찰에게 신고하는 게 우선이고, 그게 여의치 않으면 행인에게 '일행인 척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위치 추적' 가능한 GPS란?]

직장인 최모(여·29)씨는 상가 화장실은 항상 다른 여성 이용자가 있을 때만 이용한다. 최씨는 "여자화장실에 이용자가 없을 땐 남자 친구를 데리고 남자화장실에 들어가 볼일을 볼 때도 있다"고 했다. 주부 김모(54)씨는 대형마트에선 될 수 있으면 건물로 연결되는 입구 가까운 곳에 차를 댄다. 차에서 내리면 칼을 쥐듯 자동차 열쇠의 뾰족한 부분이 바깥으로 나오게 움켜쥐고 다닌다. 자동차 열쇠로 괴한의 얼굴을 세게 그으면 큰 상처를 낼 수 있고, 설령 큰 피해를 못 줘도 상대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마트 주차장에서 물건을 차 트렁크에 실을 땐 반드시 차량 문은 잠가두라는 노하우도 주부들 사이에 퍼져 있다. 짐을 싣는 사이 괴한이 차에 몰래 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납치돼 운전을 해야 할 경우 사람이 탄 차를 일부러 들이받는 것도 방법이다.

경찰청의 '112 신고앱'을 사용하는 여성과 청소년은 지난 7월 기준 11만9000명에 달한다. 이 앱은 화면의 긴급신고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다. 휴대폰 화면을 건드리면 호루라기나 사이렌 소리가 울리는 앱, 정해진 경로로 택시가 운행하지 않을 경우 미리 지정해 둔 지인에게 알려주는 앱도 있다.

범죄자의 공격이 있을 때 바로 통화 버튼만 누르면 되도록 휴대폰에 112를 미리 입력해 단축번호로 지정해두는 것도 좋다.

안전한 택시를 타기 위한 '감별법'도 있다. 택시 번호판에 '아·바·사·자'가 아닌 다른 글자가 들어가 있다면 모두 불법 택시다. 은행원 이모(31)씨는 "평소 '아빠사자'라고 외워뒀다가 택시 탈 때마다 습관처럼 번호판을 확인한다"고 했다.

자구책을 쓰기로 결심했다면 과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인과 싸워야 한다면 기회는 한 번뿐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눈과 같은 급소를 노리는 데 모든 걸 걸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마트폰 배터리는 항상 충전하고 GPS와 와이파이 기능을 항상 켜두는 게 좋다. 두 기능을 함께 켜뒀을 땐 GPS 하나만 작동할 때보다 최대 30% 이상 정확한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