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누구인가?]

30대 여성 주모씨를 납치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일곤(48)은 범행에 앞서 지난달 경기도 고양의 한 마트 주차장에서 또 다른 30대 여성을 납치하려다 실패했다. 이 여성은 김이 흉기를 들고 차에 올라타자마자 조수석 문을 열고 뛰어내려 목숨을 건졌다. 마침 주차장에 마트 직원이 있는 것을 보고 과감하게 탈출한 것이다. 반면 주씨는 김에게 납치된 뒤 "용변을 보고 싶다"며 충남 천안시의 한적한 골목에 내려 도망치려다 붙잡혀 살해됐다. 무엇이 두 여성의 생사(生死)를 가른 것일까.

전문가들은 여성이 강력범죄에 직면했을 때 우선 주변 상황을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은 "침착하게 자기를 둘러싼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범죄 상황에 맞닥뜨리면 자율신경계가 극도로 흥분해 전화기 버튼도 제대로 누르지 못할 수 있다. 경찰청 권일용 범죄분석팀장은 "평소 위험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머릿속에서 그려보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전화기로 112 버튼을 눌러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실제 상황에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평소에 비상 시 유무선으로 위기 상황을 전파해줄 사람을 지정해놓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위기 시 연락할 부모나 친구 등 한두 사람을 정해놓고 그들의 휴대전화를 단축번호로 저장해놓고 실제 전화를 거는 법을 연습하라는 것이다. 이 경우 '전화를 걸고 10초 이상 말이 없으면 경찰에 신고해달라'는 등 양측의 약속된 암호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탈출이나 구조 요청이 불가능한 상황이면 범죄자에게 순종할 것인지, 대화로 범죄자를 안정시켜 더 큰 피해를 막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범죄자들도 범행 당시엔 흥분해있기 때문에 순종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차분히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흥분한 범죄자가 안정을 찾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범죄자들에게 훈계조로 말하는 건 위험한 행동"이라고 했다. 일단 인질이 된 상태에서는 비명을 지르거나 무리하게 도망치려고 하면 범죄자를 더 자극할 수 있다. 범죄자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는 행동도 '내가 널 신고해 꼭 잡겠다'는 신호가 될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