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연못 속의 고래' 지방 가나

    입력 : 2015.09.24 03:00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공단의 주된 사무소 및 기금 이사가 관장하는 부서의 소재지는 전라북도로 한다.' 지난 2013년 7월 여야가 합의해 국민연금법 27조 1항에 넣은 문구다. 국민연금공단 본부와 기금운용본부 사무실은 전북에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여야는 2012년 국민연금공단은 물론 기금운용본부까지 전북으로 이전하는 것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듬해 법에 해당 조항을 넣기까지 했다. 기관도 아니고 기관 내 부서를 특정 지역에 둔다는 조항이 다른 법에도 있는지 모르겠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7월 본부를 전북 혁신도시로 이전했고, 기금운용본부는 내년 10월 이전할 예정이다. 전북도는 "수백조원을 다루는 기금운용본부가 오면 전북을 '동북아 금융 허브'로 도약시키겠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반면 경제 쪽에서는 기금운용본부의 전북 이전에 우려가 크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올 들어 500조원을 돌파했고 2022년 1000조원, 2033년 20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금도 국민연금이 노는 물에 비해 규모가 너무 커져 '연못 속의 고래'라는 지적을 받는데 지방으로 내려가면 투자 정보 수집과 교류 등에서 효율성이 더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 국민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면 우수 인력 확보가 필수적인데 지방으로 내려가면 아무래도 어려움을 겪지 않겠느냐고 우려한다. 기금이 500조원이면 운용수익률이 1% 움직이면 연간 5조원, 0.1%라도 연간 5000억원 차이가 난다.

    참고할 만한 해외 사례도 있다. 네덜란드의 공적연금 ABP는 정부의 지방도시 육성 정책에 따라 1996년 본부를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남부 탄광 도시인 헬렌으로 옮겼다. 그러나 운용수익률이 떨어지자 2013년 자금운용 파트를 암스테르담으로 복귀시켰다. 지난 4월 말 일본 의회는 일본의 정부연금펀드 본부를 가나가와현으로 옮기려던 계획을 수정했다. 지방으로 옮기면 전문인력 확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도쿄 내에 머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이달 초 제주도로, 사학연금관리공단은 지난해 12월 전남 나주로 이전했지만 기금운용 파트는 서울에 남아 있다. 물론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있지 않느냐며 정보통신 발달로 기금운용본부의 위치는 수익률과 크게 상관없다는 반론도 있다.

    전북은 기금운용본부가 오지 않을 경우 알맹이를 뺀 껍데기만 오는 것이라는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지역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따라서 기금운용본부의 전북 이전을 재검토하려면 우선 전북이 수용할 만한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재검토만 주장하는 것은 현실성도 없고 전북도민만 자극할 뿐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정치권과 정부는 이런 논의를 하지 않고 금융계는 걱정만 하고 있다. 이는 전 국민의 노후 자산을 관리하는 문제다. 네덜란드처럼 시행착오를 겪기 전에 기금본부도 살리고 전북도 살릴 수 있는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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