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視覺 장애 학생들 제때 교과서 받게 하자

  •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 2015.09.22 03:00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해도 따라가기 버거운 학생에게 교과서마저 제때 지급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지난 4월 국회의장이 주관한 '장애인 사회참여 활성화를 위한 입법과제' 간담회 끝 무렵 방청석의 한 여인이 말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시각장애 학생 교과서 문제를 다룬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학부모들이었다.

    장애 학생이 비장애 학생과 함께 교육받는 통합 교육 교실에서 시각 장애 학생 책상에는 3월이 다 가도록 책이 없는 경우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울 효자동 국립서울맹학교에서 봉사하던 1983년 무렵, 학생들이 5월이 돼야 점자교과서를 받는 것에 놀랐다. 그로부터 30년도 더 지났는데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에 또 경악했다.

    김영일 조선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목포맹학교에 다니던 1981년 여름, 전두환 대통령 전기 '황강에서 북악까지'를 받아봤다고 한다. 대통령 취임 직후 전기 출판과 동시에 전국 맹학교 도서관에 점역(點譯) 배포했던 것이다. 이런 정성이라면 시각 장애 학생 교과서 문제는 진작 개선되지 않았을까.

    시각 장애 학생들은 중·고교 진학 후 검인정제 교과서가 늘어 점자교과서를 제때 구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미국은 장애 학생 교과서 제작 업무를 총괄하는 켄터키주 루이빌 교수학습자료접근센터(NIMAC)가 비장애 학생과 같은 시기에 점자교과서를 배포한다. 우리의 경우는 교과서 제작 후 점자교과서를 만들기 시작해 늦을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검인정 교과서 채택 과정에 시각 장애 학생을 위한 점자·확대 교과서 제작을 심사 항목에 둔다면 교과서 출판업자들은 이를 고려해 동시 제작할 것이다.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점자교과서 제작 행정이 공급자 중심으로 돼 있는 것도 문제다. 점자교과서가 필요한 시각 장애 중고생은 기초자치단체별로 많아야 5명이다. 이를 위한 점자·확대교과서 제작 업무를 시·도교육청에 맡기는 현 시스템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다. 시각 장애 학생 교수·학습자료 지원 업무는 정부가 맡고, 국립특수교육원이 원스톱 기관으로서 그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은 장애인에 한해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규정하고 있다. 교과서를 제때 제공하는 것은 그 의무의 첫출발이다. 시각 장애 학생이 아무리 소수라도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주체인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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