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청년 일자리 해결을 위한 '청년희망펀드(가칭)'에 2000만원을 기부하면서 앞으로 매달 월급의 20%를 펀드에 내기로 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16일 국무회의에서 "사회적 대타협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무위원, 공공기관장부터 우선 참여키로 했다"며 "사회 지도층, 공직 사회, 민간에서 자발적 참여가 확대되도록 이끌어갈 것"이라고 했다. 펀드 관리 및 운영을 위해 연말까지 '청년희망재단'을 설립하고, 조성된 펀드는 청년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취업 기회 확대,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계한 일자리 창출 지원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얼마 전 3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연봉(年俸) 30%를 반납해 청년 고용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뒤 금융권에서 비슷한 움직임이 줄을 잇고 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청년희망펀드에 헌금하면서 이런 분위기가 더 확산될 전망이다. 공공 부문은 말할 것도 없고 민간 기업 임직원들까지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 흐름이 조성될 수 있다. 대통령이 맨 먼저 나선 데다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어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기금 헌납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도 힘들 것이다. 다만 임금피크제 도입을 비롯한 노동 개혁의 세부 협상에서 대기업 노조들을 설득하는 데 조금 도움이 될 수는 있다.
정부는 올해 청년 일자리 사업에 1조8000억원을 투입했지만 그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감사원 감사에서는 청년 일자리 사업에 청년보다 중장년층이 더 많이 참여하는 등의 문제점과 함께 청년 고용이 거의 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직접 예산을 써가며 추진해온 일자리 사업이 이렇게 중복·비효율·낭비가 심하다면 관(官) 주도의 펀드로 행정력을 동원하는 사업도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경제 살리기에 있다. 경제가 회복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기업들이 스스로 투자를 늘리고 인재 채용을 위해 동분서주하게 된다. 정부 예산이나 관제(官製) 펀드를 활용해 만들어내는 일자리는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얼마나 지속될지도 의문이다. 정부 일자리 정책은 성장률을 높이는 데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여기에 노동 개혁과 규제 완화로 기업의 투자 환경을 개선하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훨씬 커질 것이다.
정부가 굳이 청년희망펀드를 만들겠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에 돈을 쓸지 분명하게 정해 놓고 모금을 시작해야 한다. 일단 펀드부터 조성한 뒤 그 금액에 맞춰 용처(用處)를 정하겠다고 하면 여기 찔끔 저기 찔끔 나눠주는 식이 될 게 뻔하다. 특정 부처나 공무원들에게 펀드 관리를 맡기면 결국 관료들의 '쌈짓돈'이 되고 말 것이다. 외부 전문가들에게 운영을 맡겨 청년 일자리 해결에 진짜 도움을 줄 수 있는 보조(補助) 역할이라도 제대로 하도록 해야 한다. 모금 과정을 쉽게 생각했다가는 기업에 또 다른 준조세 부담을 안겨줬다는 뒷말만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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