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데드라인

    입력 : 2015.09.12 03:00

    [편집장 레터]

    "그 편집국의 커다란 사무실에는 번민할 과거도 미래도 없다. 내일의 신문을 낸다. 그 단순명쾌한 목적을 향해 많은 사람들이 정해진 시간을 공유하며 달린다. 노여움도 초조함도 분노도 단두대의 날처럼 내려치는 마감시간에 의해 끊어진다. 그 순간 모두가 깨끗하게 '오늘'을 던져버린다. 그리고 다시 다음 날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모여 마감시간을 세팅하여 새로운 오늘을 팽팽하게 넷으로 배분한다. 찰나적이고 뒤끝이 없기 때문에 몰두할 수 있는 것이다."

    일러스트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 '클라이머즈 하이'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한밤중의 신문사 편집국에서 느끼는 기분을 이처럼 실감 나게 표현하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마감이 가까워오면 기자들은 다들 신경이 날카롭지요. 마감이란 데드라인(deadline), 글자 그대로 금 밟으면 죽는 선이니까요.

    ▶몇 년 전 건축가 승효상씨를 인터뷰하면서 '만일 아무런 제약도 없이 마음대로 건물을 지을 수 있다면 어떤 건물을 짓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그는 단호하게 "그럼 저는 설계 못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건축가로서 그동안 부딪혔던 온갖 한계와 제약 때문에 하지 못했던 일들의 리스트를 펼쳐 놓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그는 "현실적인 조건이 없으면 아무것도 설계할 수 없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주어진 한계 때문에 꿈을 꾸고, 그 한계 때문에 고민을 하고, 그 한계를 딛고서 성장하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늘 주어진 조건이 문제라고 탓을 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 한계란 머리 위에서 나를 짓누르는 돌이 아니라 발밑의 디딤돌일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날 인터뷰에선 소심함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그는 "건축은 다른 사람의 삶을 조정시켜주는 일이라 소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정도로 내성적이어야 제대로 설계를 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도 비슷합니다. 제한된 지면과 시간과 인력이란 한계 속에서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일입니다. 아침저녁 바람이 시원합니다. 산뜻한 가을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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