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인터뷰 전문

입력 2015.09.11 10:20 | 수정 2015.09.11 14:10

조선닷컴 독자들의 질문을 받아 진행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차세대 국가지도자에게 묻습니다’ 인터뷰 질의 응답 전문. 괄호 안은 해당 질문을 한 조선닷컴 독자의 아이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경기 침체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경제 상황을 진단해 주시고, 이를 개선시킬 방안을 갖고 계신지요? (ecocean)

“한국경제가 총체적 위기에 빠졌습니다. 사상최대의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증가, 가계부채 폭증과 전세난 등으로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잘살 수 있다, 내 자식들에겐 더 나은 미래가 있을 거라는 희망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국민부도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수출 의존, 대기업 주도의 성장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고용불안과 극심한 소득불평등으로 인해 소비와 내수가 위축되고, 그것이 다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을 끊어야 합니다. 가계의 소득을 실질적으로 높여 내수를 살리고 그것이 기업 성장과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경제로 대전환해야 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청년 일자리 확대, 비정규직 차별해소 등 양질의 일자리와 소득을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한 ‘소득주도 성장’의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더불어 우리 경제의 더 큰 활로를 열기 위한 새로운 비전이 요구됩니다. 저는 이미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통해 우리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경제통일’에 있음을 밝혔습니다. 환황해권과 환동해권의 남북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중국-러시아-일본 등과 협력해 동북아시아에 거대한 역내 경제권을 형성한다면 우리 경제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게 될 것입니다. 남북의 평화와 협력은 결국 우리의 ‘밥’이고 ‘경제’입니다.”

―미래 우리 젊은 세대를 위하여 지금 잘못된 복지 정책을 어떻게 고쳐 재정 균형을 취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K440101)

“우리나라의 복지지출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입니다. 복지를 성장의 걸림돌로 치부해온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한 능동적인 투자로 인식해야 합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사회적 일자리 창출, 정규직 확대와 비정규직 차별 완화, 고용 안전망 확충 등으로 국민의 실질 소득을 높여 소비와 내수를 살리고 다시 기업의 성장과 고용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경제의 기반이 되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사회 안전망 구축’이라는 전통적인 복지의 개념을 주거, 교육과 보육, 의료, 통신 등 국민생활 전반으로 확장해 국민의 필수 생활비 부담을 줄이고 생활소득을 높이는 적극적인 복지전략, 다시 말해 보편적 복지노선으로 진화시켜야 합니다. 문제는 복지 투자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입니다. 재벌대기업이 쌓아둔 사내유보금이 700조원을 넘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이후 계속돼온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대기업의 법인세를 정상화시켜야 합니다.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해놓고 정작 담뱃값, 주민세 인상 등으로 서민들의 세금 부담만 늘려온 박근혜 정부의 철저한 반성과 정책 전환이 요구됩니다.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위산업 비리로 100조원이 넘는 혈세가 낭비됐습니다. 예산 투자의 우선순위를 ‘토목 우선’에서 ‘사람 우선’, ‘소득 우선’으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결국 대기업 과세의 정상화로 조세 수입을 늘리고, 가계소득의 실질적 향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예산편성의 우선순위를 바꾸는 것이 ‘재정 균형’을 실현할 수 있는 근본 해법입니다.”

―한국의 경기불황, 청년실업이 심각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국회, 정부, 기업 등에 만연해있는 부정부패, 비리, 관행을 뿌리뽑아야 이런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이 있으신지요? (bluesandy)

“첫째, 권력의 의지와 실천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성완종 리스트’로 드러난 청와대와 여권의 불법․비리사건의 진실 규명이 가로막힌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습니다. 권력의 수족으로 전락한 검찰의 현주소를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일입니다. 어느 시점이든 특검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혀 권력부패를 일소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둘째, 공직사회와 재계의 부정한 유착을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합니다. 일부 논란의 소지는 남아 있지만, ‘김영란법’ 제정은 정경유착 해소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셋째. 기업부문의 불공정 관행과 이에 따른 부패문제도 심각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원청기업과 하청기업간 거래 과정에서 고액 접대비와 리베이트 제공 등 부당한 돈 거래가 만연해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감독 강화와 더불어 법․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참여정부 때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내신 분이니 청와대 돌아가는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거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왜 이런 인사 참사가 일어나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소견과 만약 본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된다면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위해서 어떤 조치를 하실 생각인지 궁금합니다.(zndzndxk)

“시스템이 아니라 측근이나 실세에 의존하는 대통령의 국정운영방식, 그리고 그 뒤에 숨어있는 권력의 사유화가 바로 인사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시스템 인사가 되려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해야 합니다.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로 ‘추천’과 ‘검증’ 기능을 분리해 균형 속에서 견제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도 필요합니다. 인사추천위원회가 추천과 검증 의견에 대한 정보를 종합하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 최종 후보자를 결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인사검증매뉴얼을 꼼꼼하게 준비하고 공개하여 인사 검증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 자신이 시스템 인사를 존중해야 합니다.

―대표님은 국회선진화법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회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을 해야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대표님의 사심 없는 진솔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미국처럼 한번은 공화당, 한번은 민주당이 돌아가면서 정권잡기를 해야 국민들도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를 할텐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매번 여당이 이기는 선거를 하니 답답합니다. 언제 야당을 한번 지지해보는 그날을 기대할 수 있을는지 갑갑합니다. 문대표님. 만약 대통령이 되신다면, 여당이 되신다면, 국회선진화법은 그대로 두시겠습니까? 아니면 개정하시겠습니까? (smlee8907)

“국회선진화법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합의의 정치를 실현하자는 취지에서 ‘여야 합의’로 만들어졌습니다. 새누리당의 19대 총선 공약이기도 했습니다. 정부여당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 인한 국회 파행과 여야의 극한대립은 국정운영에 더 큰 혼란과 피해를 입힌다는 국민적 공감과 합의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 후 국회에서 날치기나 몸싸움 같은 볼썽사나운 모습은 사라졌습니다. 국회선진화법은 여야가 팽팽하게 대립하는 쟁점 법안에 한해 국회의원 5분의3(18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만 본회의에 상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야를 불문하고 폭넓은 합의를 이루지 못한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약속입니다. 우리당은 국회선진화법에 담긴 ‘합의의 정치’를 실천하는데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특히 경제와 민생문제에 관한 한 정부·여당과 초당적인 협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소위 ‘경제활성화법’으로 제안한 대부분의 법안을 합의 통과시켰지만, ‘의료 영리화’ 추진과 ‘학교 앞 호텔 허용’ 같은 부당한 입법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이조차 ‘발목잡기’로 매도한다면 우리 정치를 권위주의 시대로 후퇴시키자는 것인지 되물어야 할 일입니다. 우리당은 앞으로도 ‘합의의 정치’를 실천하는데 앞장설 것입니다.”

―지난 해 ‘세월호는 또 하나의 광주’라는 발언을 하셨던 것에 놀랐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판단을 하게 되신 것인지,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rtiboss)

“우리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광주민주화항쟁과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주는 공통된 교훈이 있다는 사실을 말한 것입니다. 광주민주항쟁이 권위주의 군사정권의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시대적 갈망을 보여주었다면, 세월호 참사는 돈과 효율이 아니라 생명과 안전, 사람의 가치가 우선시되는 성숙한 사회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기와 맥락은 다르지만, 시대 변화에 뒤처진 낡은 질서와 그 배후에 있는 공권력의 행태가 국민의 삶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보여준 비극이라는 점에서 하나입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면 또다시 반복된다’고 했습니다. 최근 벌어진 돌고래호 침몰사건은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망각한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이 빚은 또 한 번의 비극입니다. ‘사람이 먼저’인 사회로 대한민국을 변화시키는 일, 그것이 제가 정치에 나선 이유입니다.”

―야당은 언제나 계파 갈등 때문에 곤란을 겪어왔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이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다양한 생각과 가치가 공존하는 곳이 정당입니다. 정책과 이념에 따라 ‘정파’가 형성되는 것은 자연스럽고 건전한 일입니다. 문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적 소신과 가치가 아니라 기득권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계파’질서와 갈등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계파’ 갈등의 본질이 기득권 다툼이라면 그 해결책 또한 분명합니다. 당대표 취임 이후 당 운영과 인사에서 특정 계파의 전횡을 인정하지 않는 대탕평 화합인사를 추진해왔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스템 공천입니다. 계파 갈등은 결국 공천 기득권을 차지하기 위한 줄세우기 문화를 의미합니다. 당 혁신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당 지도부나 계파의 자의에 따른 공천을 끝내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지표를 도입해 시스템에 따라 공천이 이루어지는 민주적이고 투명한 공천제도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동안의 혁신논의가 말로만 그쳤다면 이번엔 당헌․당규를 개정해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기고 있습니다. 가장 합리적이고 혁신적인 공천혁명을 이루어 국민의 기대에 답하겠습니다.”

―10월 중국 방문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라고 들었는데 조금 더 구체적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이 시점에 그런 제안을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복잡한 국제적, 지역적 환경 속에서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yes2mylife)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위기에 빠진 우리경제에 새로운 활력과 성장 동력을 제공할 핵심 비전입니다. 전남북과 충청, 경기와 인천을 아우르는 서해안벨트를 북한의 서해 공업거점과 연계하는 환황해경제권 형성과 부산을 시작으로 강원을 잇는 동해안벨트를 금강산, 원산, 나진·선봉 등 북한의 동해 거점과 연계하는 환동해경제권 형성을 두 개의 축으로 합니다. 환황해권과 환동해권의 남북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중국-러시아-일본 등과 협력해 동북아시아에 거대한 역내 경제권을 형성하자는 전략입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을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잇는 허브국가로 도약시키자는 그랜드 비전이기도 합니다. 이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국익을 중심에 둔 노련한 외교력이 요구됩니다. 한미동맹 강화와 한중관계 발전을 균형 있게 조화시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를 중심으로 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역내 국가들 사이의 대립과 갈등을 평화와 협력의 흐름으로 이끄는 외교전략이 절실합니다. 그 전제이자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남북관계 개선입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끌려가는 외교가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보․경제협력의 흐름을 주도하는 외교가 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대한민국은 ‘구경꾼’이 아니라 ‘주인공’의 위치를 차지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지리적 특성상 주변 나라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박근혜 정부도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우호관계 조성을 위해 미국의 우회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승절 참여라는 큰 결단을 했는데요. 이 선택이 옳다고 보시는지, 또한 열병식 참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사이에 낀 우리나라가 이들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다자간 외교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sondobo)

“한미동맹과 한중협력의 균형과 조화는 우리 외교의 핵심 과제입니다. 그런 취지에서 저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여를 권유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선택은 잘한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우리 외교는 급변하는 동북아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안미경중(安美經中)이라는 말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왕좌왕 하면서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는 동안 북한의 중국 의존은 더욱 심해지고 있고, 일본은 다시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북한 핵문제의 해결은 6자회담을 통한 외교적 접근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남북간 대화’와 ‘북미간 대화’를 병행하자는 2+2회담을 제안한 바도 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6자회담의 틀에 우리의 주도적 노력이 더해져 북핵문제의 획기적인 해법을 담은 9·19선언과 2·13합의를 이끌어낸 경험이 있습니다. 6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가 본격적인 해결 국면에 접어든다면 6자회담 당사국들을 중심으로 상호 안보보장을 통해 동북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하는 새로운 다자간 협력체제가 탄생하게 될 것입니다.”

―얼마 전 통일이 되면 국민소득 5만불 시대가 열린다고 하셨습니다. 그 발언의 근거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북의 경제 규모가 작아서 통일 대한민국에 대한 기여도가 미미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남쪽의 국민이 더 고생을 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실제로 5만불 시대는 언제쯤 열릴 거라고 생각하시는지요? (daejongson)

“지금 수출주도의 한국경제가 위기에 놓였습니다. 남북이 경제공동체가 되면 단숨에 8000만 시장으로 내수가 커져 수출과 함께 경제발전의 평형수를 이룰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단숨에 국민소득 3만 달러로 경제규모가 커지게 됩니다. 여기에 더해 중국과 러시아, 일본까지 우리 경제영역을 동북아 전체로 확장하면 물류뿐 아니라 산업 각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생깁니다. 동북아시아 평화와 번영의 중심이 되면 미국,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3080클럽에 들어가 국민소득 5만달러 시대로 향해 갈 수 있습니다. 실제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구축되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1% 높아지고, 여기에 동북아시아 역내경제권이 형성되면 3%대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5%대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으로 김정은이 도발해온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조치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5·24조치를 해제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opusy)

“북한이 도발 자체를 엄두도 못 내도록 강한 안보, 튼튼한 국방태세를 갖추어야 합니다. 만약 북한의 예기치 못한 도발이 있을 경우 단호하고도 냉정한 대응을 통해 남북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공멸의 상황을 막아야 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소극적으로 ‘평화를 지킨다’는 차원을 넘어 적극적으로 ‘평화를 만드는’ 능동적인 안보전략을 가져야 합니다. 남북의 경제통일은 한반도 평화를 뒷받침하고 우리 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드는 핵심 과제입니다. 그 첫걸음은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 경제공동체의 기반을 쌓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 8년간 남북경제협력사업은 축소되거나 제자리걸음에 멈춰져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 경제제재가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5·24조치 이전인 2007년 북한의 전체 교역에서 남북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했지만 5.24조치 이후 13%로 떨어졌습니다. 반면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7%까지 늘어났습니다. 북한경제는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고, 우리 기업만 피해를 입었습니다. 북한 경제의 중국의존도만 높였습니다. 제재 효과는 거두지 못한 채 남북경제협력을 통한 새로운 성장의 가능성을 봉쇄하고 있는 5·24조치는 스스로 쳐놓은 자승자박(自繩自縛)의 굴레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 발전을 통한 안보와 경제의 실익을 내다볼 줄 안다면 8·25 고위급 회담을 계기로 마련된 남북 당국간 대화를 거쳐 해제 수순에 들어갈 때입니다.”

―공수특전단으로 복무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당시 어떤 보람을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이번 남북 대치 상황에서 20~30대 젊은이들이 SNS 등을 통해서 너도 나도 북한과 싸우겠다고 나서는 모습을 볼 때 어떻게 생각하셨는지요? (shinsuji1)

“군대경험은 제 삶에 큰 자양분이 됐습니다. 공수특전단이 요구하는 고강도의 훈련과 전투능력 기준을 잘 감당해냈다는 경험이 제게 세상을 살아가는데 자신감과 여유를 주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해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튼튼한 안보입니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하고 항상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조국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우겠다는 우리 젊은이들의 각오와 마음가짐이 너무나 고맙고 소중합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땅 젊은이들의 희생 없이도 안보와 평화를 지킬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입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한 희생과 헌신은 고귀하지만, 고귀한 생명의 희생 없이 안보를 지킬 수 있다면 더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를 나오신 후 네팔 트레킹을 하셨던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트레킹을 좋아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치로 바쁘시지만 긴 휴가가 생긴다면 또 어디로 트레킹을 가보고 싶으신지요? 트레킹을 좋아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odin80)

“겨울철 한라산 눈 등반을 하고 싶습니다. 한라산 어리목-윗세오름-영실코스가 참 좋습니다. 강원도 정선 영월일대나 전남 해남 강진 일대도 트레킹 코스로 가볼만 합니다. 저는 산을 좋아합니다, 산 안에서는 누구나 똑같기 때문입니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권력이 있는 없든, 산에 비하면 작고 나약한 존재일 뿐입니다. 산에 오르면 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을 바르게 살피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걷는데 몰두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명상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요즘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산에 오르면 여의도 정치에서 묻어온 묵은 때가 말끔히 씻기고 정화되는 느낌을 갖습니다.”

―최근 영화 ‘변호인’, ‘연평해전’, ‘국제시장’ 등을 감상하시면서 언론의 커다란 주목을 받으셨는데, 영화를 보면서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영화(혹은 문화)와 정치는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는다고 생각하세요?(nastyb82)

“영화를 보다보면 눈물을 짓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변호인’을 보며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게 되기도 하고, ‘국제시장’을 보며 실제 흥남철수의 당사자인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제 가족사를 마주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암살’에는 친일과 항일, 변절의 역사가 모두 담겨 있고, 해방 후 친일파의 득세와 친일청산 실패의 역사도 담겨 있습니다. 정치란 무엇인가, 국가지도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묵직한 질문도 마주하게 됩니다. 다만 영화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피곤한 일입니다. 제가 ‘국제시장’을 볼 때도, 영화를 놓고 보수적이라는 식의 논란이 있었습니다. 영화에 대해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영화는 영화일 뿐입니다. 영화란 그 시대에 대한 공감을 함께 나누는 것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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