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1등 인터넷 기업이라도 5년을 못 버티더라"
“우리 회사가 중국 1등이라고들 그러는데 어떤 인터넷 기업도 5년간 1등 자리를 지킬 순 없죠. (이 업계는) 경쟁이 너무 치열하니까요. 알리바바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그룹 창업자 마윈(馬雲·51) 회장이 지난 9일 중국 다롄(大連)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하계대회(일명 ‘하계 다보스포럼’)에 연사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이어 2007년부터 시작된 하계 다보스포럼은 매년 중국 다롄(大連)과 톈진(天津)에서 매년 번갈아 가며 열린다.
마윈 회장은 이날 ‘인터넷 경제: 발전과 관리’란 세션에 참가해 “요즘 사업하기 어렵고, 세계 경제도 안 좋다”면서 “매일 불행한 일을 맞는 것이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이후 중국 인터넷 기업 중 시가총액 1위를 달렸다. 하지만 지난 9일 상장 이래 처음으로 중국 최대 인터넷 게임·메신저 회사인 텐센트에 뒤졌다. 실적 부진으로 지난 10개월 사이 시가총액이 1407억달러 줄어 1530억달러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주가도 최고가인 120달러에서 60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다.
그는 “15년쯤 뒤에는 30년 이상 살아남은 (인터넷) 기업을 찾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면서 “다행인 것은 우리에게 똑똑한 사람이 많다는 것이고, 불행인 것은 더 많은 똑똑한 사람들이 우리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윈 회장은 전자상거래 등 인터넷 산업을 다룰 국제적인 경제기구로 E-WTO(electronic WTO)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마 회장은 “세계무역기구(WTO)는 인터넷 시대에 뒤처졌다”면서 “경제계가 이끄는 ‘E-WTO’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각국 정부가 WTO를 이끌어오면서 나라 간에 정치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제규범을 내놓지 못했다”면서 “규범 없이 기업 운영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정책에 대해서는 “국민들을 지금껏 고수해온 방식으로만 (인터넷에서) 보호하려고 하지 말고 우리의 이야기를 좀 들어달라”고 말했다.
마윈은 하계 다보스포럼 하루 전인 8일에는 샤먼(厦門)에서 열린 국제무역투자 관련 회의에 참석했다. 당시 줄곧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어 사회자로부터 “마 선생님, 혹시 기분이 안 좋으십니까”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인터넷 경제는 실물 경제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중국 실물경제가 별로이니 우리도 좋을 일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