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수 경제부 차장

30년 이상 전 세계에 '성장'을 선사해 온 중국이 요즘 '공포'를 수출하고 있다. 중국발 패닉(panic)을 경험한 전 세계 투자자들은 마음을 졸이며 중국 증시만 쳐다보고 있다. "'중국 위기론'은 늘 틀렸다"고 큰소리치던 전문가들도 목소리를 낮추는 모습이다. 작금의 중국 경제 상황이 내수 중심 경제모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장통(痛)인지, 아니면 경제 위기의 전조(前兆)인지 그 어느 때보다 헷갈리기 때문이다. 중국의 수출 품목에 '혼돈'을 추가한 것은 중국 정부다. 초대형 사고로 전 세계에 민폐를 끼쳤는데도 지도자들은 입을 다물고 있고, 공식 통계는 믿을 수가 없다.

상황에 대한 해독이 잘 안 될 땐 나무보다 숲을 보는 관점이 도움이 된다. 세계 경제 분업 구조에서 중국의 위치를 씨줄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경기순환 흐름을 날줄로 잡아서 입체적으로 조망하면 중국 경제의 현주소와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미국과 유로존 등 선진국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지자 중국이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정부가 빚을 내 4조위안(730조원)을 경기부양에 쏟아부었다. 수출 중심 경제모델을 가진 중국으로선 선진국발 수요 감소의 공백을 국내 투자로 메워야 했다. 중국이 원자재·자본재의 블랙홀 역할을 하면서 신흥국과 선진국의 경제 회복에 도움을 줬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과잉 설비 문제가 잉태됐고, 국가부채 비율(GDP 대비 282%)이 미국(269%)보다 높아졌다.

한동안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경제는 유럽의 재정위기와 경기침체를 시발점으로 다시 가라앉기 시작했다. 글로벌 수요 감소는 중국의 수출 감소를 촉발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는 중국에 원자재와 중간재를 공급하는 신흥국의 불황을 유발하고, 자본재 수출국인 선진국의 경기 침체를 더 심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과잉 설비 문제는 선진국 경제가 살아나 수요 부족 문제가 해결되거나 중국이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능력을 감축하지 않는 한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중국 경제의 또 다른 취약점은 일당(一黨) 독재 정치 시스템과 경제 시스템 간의 마찰이다. 시진핑 정부는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됐지만 공산당이 권력을 독점하는 데서 비롯되는 권력층의 부패와 자원 배분의 비효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 기능을 강화하는 개혁을 추구해 왔다. 주식시장 키우기도 그 일환이었다. 하지만 증시 폭락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시장의 무대가 넓어질수록 당(黨)과 정부의 통제력은 힘을 잃는 모순(矛盾)이 발생한다.

사회주의 시장경제 모델이 한계에 이른 만큼 중국 경제의 추가 감속(減速)은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우리 경제다. 수출의 30%를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의 감속은 한국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수출 전선에서 중국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면 우리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고급 소비재·서비스 산업을 키워 중국의 내수 부양 흐름에 올라타는 한편 일본·미국 등 선진시장 비중을 더 늘려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다. 대비가 부실한 상태에서 중국 경제 감속의 충격을 그대로 받을 경우 우리 실물 경제가 위태로워진다. 기업 연쇄 부도와 대량 실업 사태가 이어지면 가계부채 문제가 폭발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